가계부채, 이미 '위험수위'…"시장금리 상승, 소비 줄여 내수 위축으로"
한계기업 부담 늘고, 실업자 더 늘어나…"중산층은 저축, 저소득층 적자"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작년 말 주택구매를 위해 시중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 받은 50대 직장인 김상연(가명)씨. 김씨는 연 3.1% 금리로 거치기간 없이 10년간 190여만원을 지출할 계획을 세워뒀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단 소식에 노심초사 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경우 월 10만원 가까이 상환액이 늘어나서다. 김씨는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을 매달 납입하고 있는데 앞으론 좀 더 생활비를 줄이는데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천반월공단에서 금형업을 영위하는 A기업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한 시중은행에서 10억원의 운전자금을 대출받았다. 연 3.68%대에 대출을 받았지만 최근 몇 달 새 시장금리 상승에 사정이 달라졌다. 0.25%포인트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연간 이자비용이 250만원 가량 더 들게 됐다. 은행의 담보평가도 예전보다 깐깐해져 내부에선 앞으로 운전자금을 융통하는게 어려워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저금리에 빚으로 지탱했던 가계ㆍ기업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이미 작년에 1300조원을 육박해 우리 경제의 위협하는 뇌관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구조조정 대상인 한계기업들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환율, 무역분쟁 등 잠재적인 악재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美 금리인상…위기는 홀로 오지 않는다=가계부채 폭탄 뇌관에 불을 붙일 시장금리의 인상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살펴보면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13%(신규취급액 기준)로 5개월 연속 상승했다.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금리가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금융기관들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의 위험도를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 지난해 9월 "가계부채 비율 1%포인트 증가시 소비는 0.06%포인트 감소하는 등 가계부채가 전반적인 경기 활력까지 저하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 부채 총량이 GDP의 85%를 넘어가면 부채가 그 나라의 경제성장을 막는다고 보는데, 지난해 6월 기준 한국의 비율은 90%로, 신흥국 2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최근 그 증가세가 꺾였지만 이미 지난해 1300조원을 육박,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간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자산효과를 통한 소비가 이뤄져 왔다"며 "이제 그 효과가 약해진데다 금리인상으로 가계 부담까지 늘게 되면 내수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계기업 '직격탄'…실업자 100만 시대 '절약의 역설' 유발하나=지난해말 기준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내는 상태가 3년 연속으로 지속된 '한계기업'이 약 3300개. 이중 상당수는 저금리에 빚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해와 금리인상이 되면 사실상 파산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실업자 100만시대에 미 금리인상으로 인한 기업경기 악화는 추가적인 실업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미 조선ㆍ해운ㆍ철강 등의 감원, 조기은퇴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약 3만2000명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CCSI) 93.3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저축율은 작년 기준 8.66%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소위 '절약의 역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중산층은 현재가 불확실해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저소득층은 부채로 인한 적자가 쌓여가는 구조에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여기에 금리상승까지 가세하면 되면 가계부채에 큰 리스크가 더 더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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