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양낙규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관가의 낙지부동(不動)으로 한국 경제가 돈맥경화에 빠졌다. 공무원 사회는 그간 부작위(不作爲ㆍ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안 하는 것)나 근무 태만 등 '소극적 행정'으로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복지부동을 뛰어넘어 낙지처럼 땅에 찰싹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무원들이 늘면서 '낙지부동'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탄핵심판과 조기대선, 여소야대 20대 국회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낙지부동은 공무원 개인과 관료사회만의 문제뿐 아니라 행정 수요자인 국민과 가계, 기업, 공공ㆍ금융기관 등에서 유무형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1월 초 실시된 대통령 업무 보고를 준비하던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은 평소보다 한 달가량 업무가 지체돼 애를 먹었다. 업무 보고 때 사용할 서류 양식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청와대에서 전년 11월쯤 미리 서류 양식을 정해주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실ㆍ총리실 중 누구도 서류 양식을 정해주지 않는 바람에 일처리가 미뤄진 것이다.
한 사회부처 공무원은 "내용이야 다 준비가 돼 있지만 가로세로 규격 등을 정해줘야 본격적인 보고서류 작성에 들어갈 수 있는데 한 달가량 미뤄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며 "막판에 밤샘 작업을 해서야 겨우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사회부처는 올해 1년간 홍보 컨설턴트를 맡길 용역 업체 선정을 미루고 미루다 이달 초에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1월 한 달간은 뚜렷한 홍보 전략ㆍ마케팅도 세우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냈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일처리가 지지부진한 탓에 이제서야 끝난 것이다. 그나마 이 부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정부 조직 개편의 유력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 부처가 쪼개질 경우 홍보 컨설팅 업체 선정은 예산만 날릴 수도 있다.
국방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사안이 수두룩하다.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대체 복무제도 폐지결정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병역특례요원 선발을 2023년부터 전면 폐지하겠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연말까지 타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장군 감축계획도 흐지부지다. 국방부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수립한 '국방개혁 307계획'에 따라 장성급 60 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국방개혁 2014-2030 수정 1호'를 내놓으면서 감축 수를 40명으로 슬그머니 줄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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