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올해 국내 금융그룹간 순이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만년 2위 KB금융지주가 체력을 비축, 신한금융지주의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합병 이후 완벽한 진영을 구축한 하나금융지주도 신한지주와 KB지주간 틈새를 정조준하고 있다.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또한 순이익전쟁에 가세할 태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해 2조77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9년 연속 순이익 1위를 달성했다. 이는 2015년(2조3672억원)보다 17.2% 증가한 것으로, 2011년(3조100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KB지주는 5년 만에 '2조 클럽'에 복귀했다. 지난해 KB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보다 26.2%(4454억원) 증가한 2조143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지주는 지난해 2012년 외환은행 인수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7.9% 증가한 1조3451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26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다.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는 순이자마진(NIM) 방어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무분별한 대출경쟁 자제가 순이익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점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상반기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으로 일부 충당금이 늘었지만 하반기에는 기업 구조조정 관련해 큰 이슈가 없었다.
금리 상승기를 대비한 리스크 관리도 주효했다. KB지주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5392억원으로 2015년 1조372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나지주 역시 충당금 등 전입액이 9021억원으로 전년보다 21.4% 감소했다. 우리은행 대손비용은 8340억원으로 전년보다 13.7% 감소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 NIM 하락은 크지 않았다"며 "최근 2년간 가계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고 위험 섹터에 대한 금리를 높이는 등 리스크 정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비은행업에서도 성과를 냈다. 신한지주의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생명은 연초 시행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내외 불안정성 증대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로 대부분 그룹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됐으나 전년에 이어 실적 개선을 이어갔다.
KB지주는 현대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은행 비중이 69.8%에서 60.0%, 비은행 비중이 40.0%에 육박하면서 은행 대 비은행 균형을 맞췄다.
금융권은 올해 4대 금융그룹간 순이익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한지주는 2조7020억원, KB지주는 2조22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돼 두 그룹간의 격차가 크게 줄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지주와 우리은행도 각각 1조4500억원, 1조35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간 경쟁 관전포인트는 은행과 비은행 사업간의 시너지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신한과 KB가 각각 카드 부문과 보험 부문에 강점이 있는 상황에서 KB가 증권사 몸집을 키우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는 만큼 두 그룹의 규모가 비슷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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