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적자 축소 노력 의문…신중한 접근 필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가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해외로 수출한 것보다 수입한 것이 더 많았다는 의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지난해 무역적자가 502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별로 12월 무역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연간으로 놓고 보면 지난 2012년(5367억달러)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국가별로 대(對)중 무역적자가 347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고 일본(689억달러), 독일(649억달러), 멕시코(632억달러) 등의 순을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적자 축소를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이 3년만에 미국의 2위 무역적자국 자리에 올랐다면서 특히 트럼프가 큰 불만을 가진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적자가 확대된 것이 우려스럽다고 보도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상·환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적자 해소, 중국 등 흑자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0년대 중국의 부상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확대돼왔는데 무역적자와 경제성장, 고용의 관계를 한 방향으로 속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날수록 미국의 임금인상을 억제해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또한 지난 2001년과 2007~2009년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었지만 이는 경기부진과 소비 축소에 의한 것으로 적자 개선에 따른 소비자들의 혜택을 찾기 어렵다.
결국 적자를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자국산 물건을 내다 팔아야 된다. 트럼프의 무역장벽은 이를 도울 수 있겠지만 이는 상대국이 아무런 대응 조치나 보복을 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지출 확대와 감세는 재정적자를 늘리면서 시차를 두고 무역적자 증가를 가져온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허니웰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코트 최고경영자(CEO)는 "일단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교역뿐 아니라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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