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안희정의 발견④]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안바마'전략, 과연 먹힐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2초

[안희정의 발견④]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안바마'전략, 과연 먹힐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AD


안희정의 '젊은 미국 대통령 따라하기' 전략, 어디까지 먹힐까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대권 도전을 선언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 전략을 벤치마킹한다. 그는 지난달 17일 방송된 SBS ‘8시 뉴스’의 대선주자 인터뷰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이제 곧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홍보영상에서 상록수를 부르며 세간의 화제가 됐고 이명박 대통령은 남다른 '먹방'으로 대중의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유권자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과제는 모든 대선 주자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이제 시장 상인들과 악수를 하거나 젊은이들과 허름한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식상하다. 안희정 지사가 오바마식 홍보전략을 택한 건 그런 면에서 참신하다고 볼 수 있다.


뉴스토마토의 지난달 30일 기사 "안희정, 오바마 벤치마킹…젊고 세련된 후보"를 참조하자면 안희정은 존 F 케네디나 버락 오바마 같은 ‘젊은 미국 대통령 이미지’와 유사하다. 때론 유머러스하고 지적이면서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인데다 여러 사람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니 오바마는 안 지사의 워너비 롤모델이 될 충분조건을 갖췄다고 하겠다.

안지사는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청와대 앞마당에 농구대를 설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직접 농구 경기를 뛰며 대통령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농구 이야기는 다른 자리에서도 했다. 지난달 21일 부산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그는 “모든 나라 국민들이 캐나다 트뤼도 총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부러워한다. 우리나라 다음 정부의 새로운 대통령은 길거리에서 젊은이들과 농구 배틀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여성들과 농구를 하는 영상이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오바마의 스토리텔링, 소수 위한 정책을 벤치마킹하라
오바마는 상당히 정교한 이미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가 백악관 직원들과 함께 햄버거를 사러 가거나 최신 IT 기기를 사용하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는 것도 이런 대중 친화적 이미지 만들기의 일환이다.


그는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비만퇴치를 위해 '운동해요(Let's move)' 캠페인을 전개할 당시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백악관 경내를 뛰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을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선보일지 알고 있다. 대중은 어렵고 복잡한 설명보다 해학이 넘치는 스토리 텔링을 선호한다.


[안희정의 발견④]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안바마'전략, 과연 먹힐까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안희정 지사(사진 오른쪽)와 부인 민주원 씨. 이미지 출처 =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제공


안 지사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안깨비'를 선보였다. 부인 민주원씨와 함께 도깨비의 남녀 주인공이 마주 본 장면을 따라 했다. 이른바 대중을 위해 '무애가(원효대사가 옷을 벗고 거리에서 춤을 추며 불법을 설파할 때 읊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지 전략 뿐 아니라 정치적인 견해에서도 오바마와 유사점이 발견된다. 안희정은 최근 여권과의 대연정 발언으로 인해 설화를 겪었다. 이전에도 그는 이념으로 사회를 가르기 보다 대한민국이 잘 되는 하는 방향이라면 그렇게 가는 게 옳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는 공화당의 척 헤이글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거나 경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등용하는 등 '적'들을 중용했던 오바마 1기 내각을 떠올리게 한다.


동성애자 등 소수자를 위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오바마와 유사하다. 오바마는 임기 중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은 다수의 불만을 사게 된다는 공식이 오바마에겐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미국사회에 남긴 가장 큰 유산으로서의 업적이 ‘동성결혼’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안희정의 발견④]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안바마'전략, 과연 먹힐까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와 이세돌 9단이 바둑을 두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제공


셀러브리티로 인지도 높이고, 셀프디스로 만인을 웃겨라
안희정 지사의 최대 맹점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은 유명인사와의 연합을 통해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개선을 꿈꾼다. 오바마 역시 마돈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셀러브리티들의 지원 사격으로 재선에 무난히 성공할 수 있었다. (헐리우드 배우들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곤 해도…)


안 지사는 어떨까? 그도 역시 셀러브리티와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안 지사는 6일 바둑기사 이세돌을 국민 후원회장 1호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명도가 직간접적으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걸 감안하면 인공지능 알파고에 1승을 거둔 뒤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이세돌의 영입은 안 지사의 이름값을 높이는데 확실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여담이지만 안 지사가 이세돌을 ‘꼬신’ 방법이 흥미롭다. 이세돌 9단은 이전부터 더민주당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더민주의 누구라도 도울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안희정 지사를 택했다. 그렇다고 안 지사 사이에 더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의외로 사실 인연이 없다고 합니다. 최근에 한 번 만났다는데요. 안 지사가 대뜸 ‘바둑 한 판 둡시다”라고 해, 식사하면서 조용히 바둑을 한판 뒀다고 합니다.”
“정치 얘기는 일절 안했다는데, 그래서 오히려 이세돌씨의 호감을 얻지 않았다 싶다는 게 캠프측의 얘기입니다. - TV조선, '더하기 뉴스' 2017. 2. 6


한편 안지사는 최근 방영된 SBS '양세형의 숏터뷰'를 통해 쌈을 싸먹다 입에서 밥풀을 튀기는 등의 망가진 모습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줬다. 오바마 역시 여러번 연설 석상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셀프디스' 유머로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의료보험 개혁안, 일명 '오바마 케어'가 일각에서 혹평을 받자, 이후 한 홍보영상에서 자신을 '악마'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연설하는 자신의 뒤에 코미디언을 세워두고 자신이 무언가 말을 할 때마다 본인의 '마음의 소리'를 말하게 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러한 셀프디스는 '적들아 날 때려라. 난 끄떡없다'는 식의 배짱을 보여준다.


결론은 '진정성'있는 눈높이 정책을 어떻게 알리느냐 하는 것
미국은 결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정치인들에겐 더 그렇다. 대통령이 야근하며 아몬드를 몇 알 먹는지 따지는 나라다. (☞ 참고 : '오바마의 수상한 7' 기사 링크) 오바마는 이같은 난관에 유연하게 대처했기에 집권 말기까지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할 수 있었다. 안희정이 오바마식 홍보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따라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고 신랄한 비판을 들으며 급전직하 추락할 수도 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정치 불신이 깊어진 국민들은 대선 후보들의 겉 이미지보다 진정성있는 정치 철학과 정책 추진력, 두터운 책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홍보 전략이건 간에 자신의 진정성을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알리느냐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