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중국이 세계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소비국이면서 이를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이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 주도의 대대적 지원으로 자국 반도체 업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20%에서 70%까지 늘릴 방침이다. 특히 100% 수입에 의존하는 메모리반도체를 자급하기 위해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 전략은 반도체산업 생태계 연결고리를 강화해 전 분야의 반도체 공급망을 갖추고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해외 선진기업과의 제휴, M&A(인수합병)를 추진해 단기간에 기술 향상을 이뤄 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자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이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투자금이 반도체시장을 위협하고, 미국이 기술 우위를 지니고 있는 사업을 위태롭게 한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들 역시 예의주시하며 투자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는 오는 2020년까지 240억 달러를 투입해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는 우한(허베이성), 쳉두(쓰촨성), 난징(장쑤성) 등 3곳에 7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시스템 반도체 공장 신설을 적극 검토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XMC는 지난해 3월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메모리칩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한 기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에서는 미국 반도체 전문업체인 사이프레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자기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메모리칩을 생산한다. 총 240억달러가 투입된다.
M&A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이탈리아 L파운드리(LFoundry) 지분 70%를 4900만유로(638억3000만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자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4년까지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 공장에 31조원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총 46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중국의 투자를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대(對)중국 투자 관련 조사를 통해 유럽연합(EU) 등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해외기업 투자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었는데, 미국까지 견제에 나서면서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제품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제품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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