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취임 전 ICBM 발사...美 30년간 1조들여 핵무기 개량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올해 들어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서 핵미사일이 빅뉴스가 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취임 직전 다탄두 대륙간탄도탄(ICBM)을 시험발사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미국의 핵미사일 계획을 브리핑 받았다. 중국의 ICBM 시험발사는 “미국에 보내는 경고”라는 일각의 평가가 나왔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들어 중국 동북부에 포진한 미사일 지대를 샅샅이 감시할 수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계획으로 있다. 전 세계를 초토화할 수 있는 ICBM,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등 전략핵무기의 3대 축(트라이어드)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다탄두 핵미사일 시험발사한 중국의 노림수=중국이 지난달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에 핵탄두 10개를 장착할 수 있는 다(多)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5C를 시험 발사했다고 미국 보수 성향 군사 매체인 워싱턴프리비콘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 위성 발사 기지에서 쏴 서부 사막 지대에 떨어졌다. 성공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 측은 중국의 미사일 시험을 속속들이 지켜봤다. 게리 로스 미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의 미사일 시험 발사 전 과정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둥펑-5C는 중국이 1980년대 실전 배치한 둥펑-5(ICBM)의 개량형이다. 대형 탄두 1개만 실을 수 있는 둥펑-5와 달리 탄두 10개를 탑재해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프리비콘은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핵탄두를 250개 안팎으로 추정했지만, 한꺼번에 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했다면 중국의 핵탄두는 종전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탄두를 싣고 멀리 날아가야 하는 만큼 엄청나게 크다. 높이 36m에 무게 183t으로 추정된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발사 준비에 장시간이 소요돼 공습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게 흠이다.
미국 국제평가전력센터 릭 피셔 연구원은 "이번 발사는 트럼프 새 행정부에 보내는 경고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발사 준비 시간을 감안하면 이번 발사와 트럼프 정부 출범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핵탄두 미사일은 최고 지도부(중앙군사위원회) 최종 허가를 받고 발사 준비를 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중국의 장거리 핵미사일 전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중국 국영 CCTV는 이번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중국 로켓군이 둥펑-21D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최대 사거리가 3000㎞인 둥펑-21D는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타격하는 용도로 개발돼 '항모 킬러'라고 한다. 역시 핵탄두를 여럿 장착할 수 있다.
CCTV는 지난 25일에는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둥펑-41을 집중 소개했다. 둥펑-41은 사거리 1만3000㎞로 30분 안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역시 핵탄두를 10개 실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사정거리 600km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사정거리 1500~2150km의 중거리탄도탄(MRBM) DF-21, 사정거리 1만3000km DF-5A/5B, 8000~1만1700km인 DF-31 등 대륙간탄도탄(ICBM)을 작전배치 했다.
사거리 1만2000~1만5000km인 DF-41과 8000~9000km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JL(쥐랑)-2를 개발 중이다.
주목할 것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이동식 ICBM인 DF-31과 DF-41이다. 군사위성으로도 식별이 쉽지 않고 파괴가 힘들다. 그런데 파괴력은 엄청나다. DF-31은 폭발력 150킬로톤(1킬로톤=TNT 1000t)짜리 핵탄두 3~5개를 탑재한다. 지름 2m, 길이 13~16m ,무게 42t이다. DF-41은 탑재 탄두가 최대 12개인데 적 요격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디코이와 재머를 탑재해 실탄이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갈 공산이 큰 미사일로 평가된다.
배치 수량도 적지 않다.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16 중국군사력 의회보고서’에 ICBM 75~100기, MRBM 200~300기, SRBM 1000~1200기 등이다.
중국은 또 전략핵잠수함(SSBN)과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SLBM)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최신 094A 형 SSBN은 사거리 약 1만km의 JL-2A미사일을 12발 싣는다.
중국은 전략 핵타격 능력도 갖췄다. 이 능력은 미국과 러시아만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의 H-6K 폭격기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CJ-20 순항미사일을 두 발 탑재한다. 그러나 H-6K는 짧은 작전반경(약 3500km)과 CJ-20의 사거리(약 2000km) 제약 탓에 미국 대륙을 타격할 수 없어 미국과 러시아에 버금가는 전략폭격능력을 갖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강력한 핵 펀치력 보유한 미국의 핵무기 개발 =미국의 핵 펀치력은 엄청나다. 육상배치 ICBM과 잠수함 발사핵탄도탄, 핵순항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보유 핵탄두는 1790기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1556기)보다 훨씬 많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8년까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기로 줄이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채택했으나 핵탄두 감축은 지지부진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과 2013년 1000개의 핵탄두만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탄두를 실어나라는 미사일 플랫폼은 다종 다양하다. 우선 육상배치 ICBM이 있다. 바로 LGM-30G 미니트맨III이다. 이중 440발이 미국 중서부의 견고한 지하 사일로에 보관돼 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덕분에 단 몇 분 안에 발사할 수 있다. 그만큼 적 공격에 대한 생존성이 높다.
폭격기 탑재 핵순항미사일도 있다. 보잉이 제작한 AGM 86이 있다. B-52폭격기에 싣는다. 이 미사일에는 150킬로톤 핵탄두 W80이 실린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2400km다. B-52의 최대 항속거리는 무려 1만6000㎞가 넘는다.
미국은 또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트라이던트 II도 있다. 14척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이 척당 24발을 탑재한다. 3단 고체연료 핵미사일인 트라이던트는 100킬로톤짜리 탄두를 10~12발 싣는다. 사거리는 1만2000km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최신 094A 형 핵 잠수함보다 더 많은 핵미사일을 싣고 그 미사일들의 사거리와 파괴력도 더 길고 크다. 펀치력과 리치 측면에서 트라이던트가 우세하다.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미국 영해에서 중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지만 중국 O94형 핵잠수함은 영해에서는 미국 본토의 일부에만 공격을 가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동식 ICBM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핵경쟁 中美 아마겟돈 우려 나몰라라=그럼에도 미국은 향후 30년 동안 1조달러를 투입해 전략핵무기 전부를 개량할 계획으로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이미 B-61 항공기 투하 핵폭탄 개량에 착수했고 2015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 네바다 사막에서 F-15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B61의 고정식 꼬리날개를 조종식으로 바꾸고 앞머리에는 최첨단 레이더와 GPS를 넣었다. 폭발력을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단 2%로 줄이며 그것도 표적에 따라, 부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B61 모델 12 핵폭탄이다. 미국이 핵무기 경쟁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취해온 중국의 행보도 빨라졌다. 미국의 정밀도 높은 핵무기, 초음속무기와 탄도미사일방어망 확충 등으로 더 이상 핵억지력이나 상호확증파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핵미사일 시험발사와 조기경보위성을 쏘아올리는 등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핵체제를 갖추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 전략 폭격기에 탑재되는 재래식 무기만 해도 정밀도와 파괴력이 커 굳이 핵무기는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미국과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은 전략핵잠수함과 전략핵폭격기 개발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아마겟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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