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가격 들썩이며 1월 소비자물가, 4년3개월 만에 최대폭 ↑
수급안정책도 안 통해…봄까지 고공행진할 듯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설 전후 밥상물가 안정에 적극 나섰음에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민들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역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농산물 세부 품목별로는 당근(125.3%)과 무(113%), 배추(78.8%), 귤(39.3%), 토마토(37%) 등의 상승 폭이 컸다. 태풍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파, 폭설까지 겹쳐 출하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상품 배추 1포기 소매가는 3980원으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3987원)보다 7원(0.2%) 떨어지는 데 그쳤다.
1일 기준 당근 상품 1kg(5838원) 가격은 26일 대비 오히려 58원(1%) 인상됐다. 무 상품 1개(2454원) 가격은 77원(3%) 떨어졌다. 당근, 무 가격 모두 평년보다는 각각 111%, 86%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계란 대란'에 대응해 수입산을 들여오면서 계란 가격은 하락세다. 1일 현재 전국 평균 계란 한판(특란, 30개)은 26일(8898원)보다 146원 내린 8752원에 거래되고 있다.
계란값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급등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14일 미국산 계란의 국내 상륙 이후 한풀 꺾였다. 지난달 13일 9491원이었던 계란 가격은 잠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19일 9357원, 20일 9285원, 23일 9180원, 24일 9017원, 25일 8971원, 26일 8898원, 31일 8871원, 이달 1일 8752원으로 점점 떨어졌다. 다만 현재가 8752원은 평년에 비해 54.9%, 1년 전보다는 60.9% 높다.
1월 국산 쇠고기 가격도 전년 대비 4.7% 올랐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8.5%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을 0.67%포인트 끌어올렸다. 그 중에서도 농산물이 8.4% 뛰어 물가 상승률을 0.35%포인트 높였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채소, 과일, 생선 등의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12% 뛰었다. 특히 채소가 1년 전보다 17.8%나 올라 신선식품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물가도 2.2% 상승해 전체 물가를 1.21%포인트 상승시켰다. 서비스물가 중에선 개인서비스가 2.8% 뛰었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보험스비스료(19.4%), 외식소줏값(7.6%), 해외단체여행비(6.1%), 공동주택관리비(4.2%), 고등학생학원비(2.8%) 등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언제쯤 한시름 놓고 장을 볼 수 있을까. 향후 소비자물가가 안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한 달 전(99.97)보다 0.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째 오르면서 2015년 7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무(177.2%), 배추(103.9%), 냉동오징어(73.3%) 등의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농·수산물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요 농산물 가격은 태풍, 한파 등으로 작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봄이 올 때까지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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