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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면세점]구조조정 시작되나…44년 동화도 빚 못갚고 '경영권' 내줄 듯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0초

동화면세점, 호텔신라에 700억원대 빚 못갚아
담보 제공한 주식 30.2% 추가로 내놔
호텔신라가 받으면 50.1%로 경영권 가진 최대주주
그러나 지속 영업여부 불투명해 신라 측 부정적 입장

[위기의 면세점]구조조정 시작되나…44년 동화도 빚 못갚고 '경영권' 내줄 듯 동화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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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면세점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올해부터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무리한 면세점 확장 정책과 업계의 지나친 수수료 싸움으로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 계열 면세점만 살아남고 중소 업체들은 좌초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내면세점을 선보인 동화면세점이 첫 번째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 회사는 호텔신라가 작년 6월 동화면세점 지분 19.9%(35만8200주)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지난해 12월19일까지 상환했어야 할 700억원대 원금ㆍ이자를 마련하지 못해 당시 담보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주식 30.2%(57만6000주)을 추가로 내놓은 상태다. 해당 지분은 현재 최대주주(41.66%)인 김기병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일부이며, 동화면세점과 호텔신라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중이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3년 5월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취득한 바 있으며, 작년 6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러나 동화 측은 처분금액 715억원(원금 600억원ㆍ이자 115억원)을 만기일까지 상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0%의 가산율이 적용돼 동화면세점은 총 788억원의 처분금액을 1차 연장일인 2월23일까지 호텔신라에 갚아야 했지만, 최근 실적악화 등의 이유로 여력이 없던 동화면세점은 결국 담보 지분을 내놓게 됐다.

동화면세점이 19.9%에 대한 상환금을 연장일까지 상환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30.2%의 지분과 함께 경영권은 호텔신라에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는 기존 김기병 회장(41.66%)에서 호텔신라(50.1%)로 변경되고, 호텔신라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경영권도 함께 넘어간다.
다만 호텔신라 측은 담보 지분을 넘겨받는 데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에 따른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는 것을 최우선 방향으로 보고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호텔신라 측이 경영권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동화면세점을 신라면세점으로 간판을 바꿔 운영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특허 발급은 관세청의 고유권한이므로 면세점 사업권 자체에 대한 심사는 관세청의 판단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시장 및 업계, 각 업체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사업권의 주인을 재입찰을 통해 결정할 지, 호텔신라에게 이양할 지, 또는 사업권 자체를 소멸시킬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위기의 면세점]구조조정 시작되나…44년 동화도 빚 못갚고 '경영권' 내줄 듯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내 화장품 매장이 텅 비어있다.


롯데관광개발의 주요 계열사인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취득한 회사다. 자본 규모 등을 기준으로 중소ㆍ중견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루이뷔통을 비롯한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모두 유치해 이제껏 나름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2015년 기준 매출 규모는 3226억원으로 같은 해 대기업 계열로 운영되던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 2874억원)보다 많았다. 96억원 가량의 순이익도 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명동(신세계), 종로(하나투어), 동대문(두산) 등 인근 지역에 경쟁 신규 면세점이 문을 열고 올해 들어서는 매장에서 루이뷔통이 철수하면서 영업난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구찌, 몽블랑 등 럭셔리 브랜드와 루이까또즈, 제이에스티나 등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국내 잡화 브랜드들이 추가로 이탈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호텔신라에 담보로 제공했던 지분 30.2%에 대해서는 호텔신라 측과 협상과정에 있다"면서 "현대백화점 등 제3자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일부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브랜드의 퇴점은 경영효율화 차원에서의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면세점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 정부의 무분별한 특허 발급 등에 따른 불똥이 중소중견 면세점으로 튄 것"이라면서 "신규 면세점의 안착과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머니게임으로 변질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력이 길거나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업은 버티기에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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