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삼성 출신 유재경(사진) 주 미얀마 대사가 3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최순실씨가 미얀마 원조사업의 이권에 개입한 의혹 등과 관련해서다.
특검은 이날 오전 유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오전 8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유 대사는 9시5분께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특검의 조사는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의 일환으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가 이 과정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이 그 중 하나다.
특검은 사전조사를 통해 최씨가 K타운 프로젝트 대행사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특정 업체의 지분을 넘겨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K타운 프로젝트는 우리 정부가 760억원을 들여 현지에 컨벤션센터를 지어주는 사업이다. 최씨는 이 곳에 입주할 업체 선정 과정에도 이권을 전제로 개입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갈래는 유 대사의 임명과 연결된다. 프로젝트에 비협조적이었던 이백순 전 대사가 경질되고 유 대사가 임명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유 대사는 삼성전기 글로벌마케팅실장이었다. 특검은 대기업 임원이었던 유 대사가 갑자기 대사로 임명된 배경에 최씨의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최씨가 이 대사를 대신할 새 대사를 직접 물색했고, 유 대사를 지난해 3월께 몇 차례 만나 사실상 '면접'을 봤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와 관련,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삼성 아그레망'이라는 문구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그레망'은 신임 대사를 파견할 때 외교관례에 따라 상대국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구하는 걸 의미한다. 박 대통령의 포괄적 영향력 아래 안 전 수석이 나서서 각종 실무를 책임진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의 연장에 유 대사 임명과 K타운 프로젝트가 놓여있을 것이란 관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검은 유 대사를 상대로 대사 임명 과정과 K타운 프로젝트 추진 경위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유 대사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길에 기자들에게 "저는 지금도 누가 저를 추천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누군가가 저의를 갖고 이 자리에 추천했다면 사람을 잘못봤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또 "(박 대통령이 임명 당시) 정통 외교관보다는 신시장을 개척하고 무역을 많이 했던 사람을 대사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아 모시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전날 이 같은 의혹 및 기존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최씨를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최씨가 "특검의 강압수사에 대한 발표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불응해 무산됐다. 특검은 최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또 한 차례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은 오는 2월 초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박 대통령 측과 일정 등을 조율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계속 조율중"이라면서 "일정 등이 확정은 안 됐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전에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구체적인 일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중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검은 또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방조ㆍ묵인 등 직무유기 및 인사개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을) 소환할 것으로 안다"면서 "언제 소환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 일부 인사들에 대한 '찍어내기'에 직무범위를 벗어나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기관으로 배치되는 좌천 성격의 인사에 우 전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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