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제1차 세종프레스포럼서 주제발표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동결을 하면 한국 차기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방안을 북한·미·중과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독자적 핵억제력을 보유하는 방안을 갖고 미국과 중국 등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5일 낮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17년 세종프레스포럼에서 '트럼프시대 미·북 관계 전망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올해가 역사적인 7·4공동성명 발표 45주년과 10·4남북정상선언 발표 1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 언급을 비춰볼 때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는 ICBM(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후 하반기에 대남 유화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과 중국의 압력 그리고 한국 국내정치 상황 등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북한 당국의 발언과 기술적 준비상태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북한이 2월16일 김정일 탄생 75주년을 앞두고 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정 실장은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의 한국 배치를 더욱 서두르고 중국이 그것에 반발하면서 미·북, 미·중, 한·중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중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두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동결을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만약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동결을 한다면 한국의 차기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한미 군사훈련 축소 혹은 잠정 중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갖고 남북한·미·중의 4자회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실장은 "북한과 미국 간의 불신의 벽이 워낙 두터워 양국 간 직접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일본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이 부정적인 데다가 협상에 참여하는 국가가 많아질수록 합의 도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처음부터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남북한과 미국, 중국 간의 4자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면 그 다음에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안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독자적 핵억제력을 보유하는 방안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 등을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 실장은 강조했다.
그는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4000개가 넘는 핵무기까지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 핵우위가 순식간에 붕괴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북한에게는 한국의 핵무기가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인 만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ICBM을 개발할 필요가 줄어들어 미국은 지금보다 더욱 안전해질 것이며, 미국이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할 이유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핵보유는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 북한과 핵 균형이 이뤄지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도 사라질 것이며 우리 국민은 안보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이 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CBM 시험발사 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이나 김정은 제거를 목표로 하는 참수작전의 가능성에 대해 정 실장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어디에 배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미국이 가지고 있지 못한 데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 군사력 사용, 즉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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