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지지율 답보로 악영향,
기존 정당 입당설도 악재로
손학규,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
정운찬, 19일 대선 출마 선언
친이명박 성향, 정의화·이재오·정병국·곽승준·이동관 등 새 변수로
보수결집이냐, 빅텐트냐 논란
설 이후 새누리당 의원 추가 탈당하면 새판짜기 가속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수구세력에 얹혀 뭘 하려 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우리와 함께하기에는 정체성에서 거리가 멀다."(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보수결집이냐, 빅텐트냐 논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입국과 함께 달아올랐던 '제3지대론'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답보로 사그라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잔뜩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이 반 전 총장의 잇따른 보수지향적 행보와 헛발질로 김이 빠지면서 외곽에선 새로운 합종연횡 움직임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매개로 했던 제3지대론은 최근 새 국면을 맞았다. 귀국 일주일째를 넘겼지만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못 살린 '반풍'과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조건부 입당설'이 악영향을 끼친 탓이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제3지대론은 거대 여야 정당의 틀 속에서 벗어나 중도ㆍ개혁 성향 인사들이 당 바깥에서 모여 새로운 정치공간을 형성하자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제3지대론의 동력 상실은 정계개편론을 주도해온 국민의당과 민주당 비문(비문재인)세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중도성향 그룹이 연대의 대상에서 반 전 총장과 일정한 선을 그으면서 가시화됐다. 여기에 바른정당의 주요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등이 제3지대론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빅텐트'의 밑그림이 희미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반반(半半)'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애매모호한 반 전 총창의 정체성과 정계개편의 고리인 개헌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는 태도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새판짜기의 신호탄은 전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출판기념회였다. 정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3지대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행사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박주선 의원,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해 잇따라 입당 러브콜을 날렸다.
오는 22일 예정된 손 전 대표 주도의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식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박 대표 외에도 김 전 대표가 참석한다. 그간 제3지대 플랫폼을 두고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 김 전 대표 등은 얽히고설킨 물밑 관계를 이어왔다.
◆설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 추가 탈당 여부에 주목= 변수는 배후 동력으로 자리잡은 'MB맨'들이다. 원외에 둥지를 틀고 '보수의 메시아'인 반 전 총장을 목 놓아 기다려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이재오 ㆍ최병국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친이(친이명박)계 인사인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 외곽에서 반 전 총장을 돕는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모두 MB와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들이 힘을 합칠 경우 거대한 흐름을 되돌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서울 삼성동 사무실을 예방한 반 전 총장과 30분간 독대하며 연대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보수결집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설 이후 새누리당 의원 30~40명이 추가 탈당해 반 전 총장의 정치적 플랫폼인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다시 판은 흔들리게 된다. 선(先) 보수결집, 후(後) 빅텐트라는 밑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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