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 포인트 떨어진 이후 7개월째 동결됐다. 올해부터 금통위 개최 횟수가 연 12회에서 연 8회로 줄어든 만큼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급증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한 신중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동결 결정은 시장 예상과 똑같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동결 의견은 100%로 압도적이었다. 금투협 설문조사에서 100% 금리동결을 예상한 것은 2014년 6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현실적으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도 기준금리 동결을 이끈 요인이다. 2015년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당시 3개월간 한국 시장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6조3340억원 어치에 달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1년만에 이뤄진 최근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약 12조3114억원(104억6000만달러)가 유출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여전히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지난해 11월보다 3조5000억원이 더 늘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의 동결 결정은 물론 인상도, 인하도 섣불리 결정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대선까지 경제를 안정시켜야 하는 만큼 가까운 시일내에 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세금리가 올라가고 있는데 시장과 괴리된 숫자를 한은이 붙들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면 국채매입 등 다른 방식으로 실세금리를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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