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 등장하자 늘더니 다시 줄어…현재 국민·기업 등 4명으로 현정부 출범 이전보다 못해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증가했던 은행권 여성 임원 수가 최근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첫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은행권에서도 여성 임원 수를 늘렸으나 대통령 임기 종료가 다가오면서 여성 임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은행 중 부행장급 이상 여성 임원을 보유한 은행은 KB국민은행(1명), IBK기업은행(1명), 한국씨티은행(2명) 뿐이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여성 임원 수는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2년 5명이던 부행장급 이상 여성 임원은 2013년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당시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는 등 6명으로 늘었다. 2015년엔 7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4명으로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2년 보다 못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을 보면 지난해 12월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한 국민은행의 박정림 부행장과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이 전부다. 더욱이 김 부행장은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 김정원 부행장과 유명순 부행장도 각각 오는 3월 말과 5월 말로 임기가 끝난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부행장급 이상 여성 임원이 전무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엔 부행장급 이상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NH농협은행의 경우 2012년 3월 NH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서 분리, 새로 출범한 이후 본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여성 직원들 대부분이 부장 직급을 마치고 정년퇴직한다”고 해명했다.
지방은행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DGB대구은행, BNK경남은행 등 6개 지방은행 중 부행장 이상 여성 임원이 배출된 적이 없고, 현재 부행장보급 이상 여성 임원은 6개 은행 통틀어 광주은행과 BNK부산은행 각각 1명뿐이다. 그중 지난해 12월 승진한 권미희 부산은행 부행장보는 준법감시인으로 은행 내 요직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은행권 여성 임원 수가 적은 상황이다.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여성 임원을 늘리는 듯 했으나 현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성 임원 배출 정책을 슬그머니 접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여성 임원은 늘지 않을 전망이다. 유리천장(직장에서의 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여전하고, 전무나 부행장보급 등 부행장 승진 대상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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