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2017년 丁酉年에는….

시계아이콘01분 13초 소요

[아시아블로그]2017년 丁酉年에는…. 오상도 정치경제부 차장
AD

'한파(寒波)'가 몰아쳤다. 오늘도 창문 하나 없는 국회 부스에는 정적만이 감돈다. 이윽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미로 같은 부스 사이로 유력 대선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환한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던 뿌옇게 흐려진 눈을 거두어 잠시 시선을 마주한다.


이마저도 잠시 뿐이다.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이 주자는 형식적인 인사와 악수만 건넨 채 이내 옆 부스로 줄행랑친다. 더 많은 기자를 만나 눈도장을 찍으려는 모양새다. "조만간 인터뷰라도…." 어렵사리 입 밖으로 끄집어낸 말이 공허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2017년을 제대로 점령해 새 시대, 새 역사를 만들자"던 이 정치인이 새해를 맞아 내놓은 사자성어는 '재조산하(再造山河)'였다.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진 류성용에게 이순신이 적어줬다는 글귀다.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세우자는 뜻인데, 지금 우리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지난해 혼돈과 분노에 밤잠을 설친 우리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당장 이 정치인부터 '국가 대청소' '혁명' 등의 단어를 쏟아내고 있다. 대대적인 변화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들이다. 대척점에 서있는 다른 유력 후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 대통합'을 내세우지만 제대로 된 검증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정확히, 시작도 하지 않았다. 금품 수수설 등 루머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은 숨 가쁜 격변의 해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는 '치킨게임'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론이 나고, 조기 대선과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통제만 맞은 조선·해운·철강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은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아플 것이라고 한다. 시계 제로인 기업들은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태풍을 몰아칠 기세다.


두렵다. "올해는 '영화 같은 현실'이 정말 닥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다. 뒤늦게 관람한 영화 '판도라'와 '부산행'처럼 말이다. 지진과 원전폭발, 바이러스 감염 등 예기치 못한 사고로 빚어진 재난은 그동안 믿어왔던 국가라는 존재와 시스템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정치 혼란이 큰 동인이 되면서 예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나 글로벌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양태를 띠고 있다.


대권주자들은 올해도 마부위침(磨斧爲針)·사불범정(邪不犯正) 등 다양한 신년 사자성어를 쏟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건 "돈도 실력이야"라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외침뿐이다. 젊은이들이 꿈을 담아낼 청사진마저 상실한 정유년을 맞는 마음이 유난히 무거운 이유다.


오상도 정경부 차장 sdoh@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