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적응할지가 중요한데 한국만 뜨거운 논쟁에서 뒤처진 느낌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7일 '2016년 하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뱉은 일갈이다. 실제로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미국 등 경제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3일 KDI의 '주요국 4차 산업혁명 대응 동향'에 따르면 미국에선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DNA가 제조업에 이식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완연히 자리잡혔다.
구체적으론 글로벌 리딩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이 플랫폼을 선점하고 제조ㆍ문화ㆍ콘텐츠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 인텔 등은 2014년 3월 4차 산업혁명 컨소시엄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을 출범시켰다. 이 외에 사물인터넷(IoT)과 관련한 '올 신 얼라이언스(All Seen Alliance)'는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이 주도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선제적 제도 마련, 대규모 실증 사업 추진 등을 통해 기업들을 전폭 지원해왔다. 지난해 6월 상업용 드론 상용화 운영 규정을 만든 데 이어 9월엔 세계 최초로 자율차 안전 기준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표적 실증 사업에는 자율주행 미니도시ㆍ택시ㆍ버스 등이 있었다.
주요 2개국(G2)으로서 미국과 경쟁을 벌이는 중국도 온 나라가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달려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정책에는 제조업 분야의 기초기술 향상과 지적재산권 확보 등의 목표가 담겼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의 민간 기업도 과감한 혁신을 통해 빠르게 스마트화ㆍ서비스화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강점이 있는 제조업에 ICT 혁신을 수용했다. 독일 정부는 지멘스 등 자국 글로벌 기업의 제조 혁신 노력을 정부 차원의 산업 전략으로 뒷받침했다. 혁신의 바람을 서비스 분야로도 확산시켰다. 또 신(新) 기후 체제 대응을 위해 지난해 '2050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rogramme 2050)'을 발표, 친환경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4월에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을 내놨다. 로봇ㆍ인공지능(AI) 등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ㆍ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혁신 프로젝트를 전개한다는 게 골자다. 일본은 데이터 활용에 중점을 두고 인력, 기술 개발 등 7대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해 9월엔 국가수반인 총리가 주재하는 미래투자 회의를 신설해 대응 체계를 완비했다. 오는 2019년까지 택배 배달 드론을 상용화하고 2020년엔 자율차 고속도로 자동 운전을 성공시키겠다는 구체 목표도 세웠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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