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작년말 타결됐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28일로 1주년을 맞았다. 당시 정부는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 내용을 부각시키며 떠들썩하게 홍보했지만 이날은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한 것을 감안해 별 다른 행사없이 보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탄핵 정국 상황이고 야당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재협상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위안부 이슈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겉으론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과 달리 합의 당시 주무부처였던 외교부는 지난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교부는 전날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 "충실히 이행되어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혁 대변인은 또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인 '화해ㆍ치유 재단'이 민간 피해자 지원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에 거주 중인 피해자들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 입장에서 여전히 피해자들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모양새로 풀이되지만 여전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피해자들을 찾아갈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런 정부를 향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으로 '탄핵 정국' 속에서 재협상을 끈질기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권 교체 후 반드시 이 합의를 무효화 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합의를 무효화 하고 전면적인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이 던져준 10억엔에 합의하고 소녀상 밀실 합의가 있었다는 사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5일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합의에 대한 양국 설명이 다른 만큼, 양국간 합의를 확인해야 한다" 밝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위안부 합의 이행 중단을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합의는 한ㆍ미ㆍ일 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일본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조치"라며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외교참사인 이 합의가 강행된 배경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법적 조치도 한 쪽에서 이뤄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따르면 위안부 생존 피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 5명의 유족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일본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장을 낼 예정이다. 일본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은 이번이 두번째다.
한편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는 날에도 어김없이 수요시위는 열린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근처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제1263차 시위가 개최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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