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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인사]대폭→소폭→중폭→대폭…"최태원 회장, 고심 깊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4초

대→소→중 고심하던 SK, 막판 '대폭 인사'
그룹 안팎 변수따라 달라진 인사 기조
재계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단행돼
리스크 해소·변화 최적기 판단…실행력 있는 인재 전진배치
"움츠려있기 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적극 대처"


[SK그룹 인사]대폭→소폭→중폭→대폭…"최태원 회장, 고심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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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1일 단행된 SK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교체폭과 시점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변동이 많았다. 그룹 안팎의 변수에 따라 인사 기조도 달라졌지만 최태원 회장은 '안정'보다 '변화'를 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도 더 과감한 인사"라며 "움츠려있기 보단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초만해도 연말 사장단 인사폭은 클 것이라는 게 안팎의 관측이었다. 최 회장 복귀 첫 해에 이뤄진 지난해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대표 대부분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지난 인사가 그룹의 연착륙을 위해 판을 바꾸기 어려웠다면, 이번 인사는 경영 복귀 이후 최 회장의 '사실상 첫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교체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최 회장의 이같은 의지는 지난 6월말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확인됐다. 그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서든데스(돌연사)'까지 언급하며 변화를 주문했다. 지난 10월12일 열린 'CEO 세미나'에서도 위기론이 다시 한 번 거론되면서 그룹 진용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10월말 미르ㆍK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해 대가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최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소극적 인사 기조는 더 강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해 조직 안정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검 수사도 남아있는 등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CEO들이 유임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인사시기가 평년에 비해 늦춰져 해를 넘길 것이란 얘기까지 돌았다.


소폭에 그칠 것이란 기존 예상을 뒤엎고 인사 기류가 다시 바뀐 것은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 이후부터다.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충분히 해명한데다 의혹의 중심이 삼성으로 향하면서 굳이 소극적인 경영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사폭을 더 키운 것은 지난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최종 탈락한 영향이 컸다. 면세점은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가져가야할 사업이지만, 막판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심 부담도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 선정에 실패하면서 인사 쇄신의 필요성도 더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면세점 탈락으로 최순실 리스크를 모두 털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강조해 온 변화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규모 쇄신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인사]대폭→소폭→중폭→대폭…"최태원 회장, 고심 깊었다"


이에 따라 이번 SK그룹 인사에선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대부분의 위원장이 교체됐다. 김창근 의장을 포함해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 원로 인사들은 2선으로 물러났다. 주요 관계사에서는 젊은 CEO들이 대거 내정됐다. 정유ㆍ통신ㆍ반도체ㆍ지주 등 주력 계열사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모든 수장들이 교체됐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됐다.


최 회장의 뜻을 잘 헤아리는 실행력있는 인재들이 전진 배치된 것도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으로 옮기는 박정호 사장과 SK네트웍스 대표로 승진 발탁된 박상규 워커힐호텔 총괄 부사장은 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박정호 사장은 2004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을 당시 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최 회장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사실상 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른 조대식 신임 의장은 최 회장과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다. 유정준 SK E&S 사장 겸 수펙스 글로벌 성장위원장은 수펙스 임원들이 대거 퇴진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유 사장은 최 회장의 고려대 후배다. 2004년 SK에너지에 대한 소버린측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맞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짜는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최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이밖에 SK에너지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겸직한다. SK해운 사장에는 황의균 SK건설 인더스트리 서비스 부문장, SK가스 사장에 이재훈 글로벌 사업부문장, SK루브리컨츠 사장에 지동섭 수펙스 통합사무국장, SK플래닛 사장에 서성원 사업총괄이 각각 승진 보임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변화를 강조한 오너의 기존 생각대로 실적과는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측근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면서도 세대교체형 인사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업문화에 신선한 긴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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