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재벌 지배구조의 허점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뷰앤비전]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재벌 지배구조의 허점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AD

최순실 사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최순실이 두 재단의 설립과 인사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게 해서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순식간에 774억원을 모금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최순실 사태의 관련자들과 대통령은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지만 수백억 원을 내놓은 재벌기업들의 문제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가한 재벌총수들은 대가성으로 모금에 참여한 것이 아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고 답하고 있다. 이런 답변은 과거 5공 청문회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답변한 "내라고 하니 내는 게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이었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30년 만에 다시 벌어진 정경유착 사태에서 재벌기업들은 여전히 '대통령이 달라고 하니 줄 수밖에 없었다'는 답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재벌들은 대통령이 돈을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에 앞으로도 정경유착사태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비록 이런 사태가 벌어져서 국가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지만 질서 있는 촛불시위와 엄정한 사법적 판결이 있기에 잘 헤쳐 나아가리라고 많은 국민들은 믿고 있다. 그런데 20~30년 후에도 정경유착 사태가 일어나서 재벌 총수들로부터 같은 답을 들어야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암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시아지배구조협회(AGCA)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 지배 구조 생태계'부문은 12개국 중 9위, '기업 실천' 부문은 12개 나라 중 12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이 아시아국가 중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강국이지만 지배구조면에서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못한 후진국인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은 한국이 아직도 대통령이 수많은 금융권이나 공기업의 인사에 관여하고 있고, 심지어는 민간기업의 인사나 경영의사결정에 까지도 압력을 가하며, 국민연금도 움직이고 있고, 이사회의 독립성은 전무한 나라인 것이다. 다행히 국제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미치는 중대하고도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 사태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런데 막상 국내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된 지배구조 개선이 일어날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우리 기업들에게 필요한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내부통제 제도의 강화이다. 이사회가 독립적이었다면 아무리 대통령의 압력을 받은 재벌 총수가 미르재단에 돈을 기부하려고 했더라도 사재는 몰라도 회사의 돈을 주는 것은 이사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재벌기업들이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하면 선진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은 막중한 대통령 권한을 통제하지 못한 대통령제의 실패 때문에 일어났지만 재벌 총수의 권한 또한 아무런 내부통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이사회 독립성의 부재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재벌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수준의 지배구조를 갖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