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주말 광주에서 촛불을 밝힌다. 탄핵 정국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박 시장은 이곳에서 수백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17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로 향한다. 최근 낮에는 서울 시정을 챙기고 밤에는 국가개혁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 시장은 이날 광주 방문을 통해 지지율 재도약을 도모할 계획이다.
박 시장 측은 광주 방문이 지역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국정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를 찾아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대권 행보를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박 시장의 광주 방문은 약 7개월 만이다.
우선 박 시장은 이날 고(故) 백남기(69) 농민이 잠들어 있는 망월동 5·18 옛 묘역을 찾는다. 박 시장은 지난달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영결식에 참여해 "이것은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라며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박 시장은 이후 경찰이 집회·시위 진압용으로 소방수 사용을 요청해 올 때마다 불허 통고를 하고 있다.
이어 박 시장은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나병식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의 3주기 추도식에 참여한다. 나 전 상임이사는 대학 재학 시절 유신 반대운동을 주도하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는 등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인물이다.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서 오찬을 한 후에는 지지자들과 함께 무등산에 오른다. 무등산은 흔히 야권 정치인들이 중대 선언을 앞두고 찾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지자들과 함께 무등산에 올라 향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무등산을 찾아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날 박 시장도 이곳에서 대권과 관련된 중대 결심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저녁에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리는 8차 광주시국촛불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미 11월 초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매일 저녁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날도 무대에 올라 광주 시민들에게 시국과 관련한 연설을 짧게 진행한다.
15일 국회의 4차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까지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온 이후에는 박 시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광범위한 사찰의 전모를 밝히고 박 대통령은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마무리되는 오후 7시30분부터는 약 1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날인 18일에는 현지 기초의원 및 중소상공인과 면담을 한 뒤 오후 2시 서울로 돌아온다.
한편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의 퇴진과 개헌, 국가개혁 등 주요한 논제마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지만 지지율의 뚜렷한 상승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5~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의 대선 지지율은 4.5%로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안철수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최근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16.2%)과는 격차가 11.7% 포인트로 벌어졌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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