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 온다고 세계의 주요 도시마다 사람들이 모여 카운트다운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올드랭사인’이 달래줄 것이다.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했다. 6월에 있었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완전히 예상을 뒤집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기억난다. 역사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예상이 들게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우는 미국우선주의는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상황 속에서 세계가 각자도생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자국우선, 보호무역 등 자유시장경제의 퇴조는 세계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고, 알파고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일자리 수를 더 많이 줄일 것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통계청 장기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70년대 10.5%, 1980년대 8.8%이던 것이 1990년대 7.1%를 보였고 이후 급격히 떨어져 2000년대 4.7%, 2010년대 3.6%를 나타내고 있다. 한 민간 금융연구소는 내년도 성장률이 최순실 정국의 장기화, 1.9%의 매우 저조한 민간소비 증가율 등으로 2.3%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이것이 경기 순환상의 퇴조이거나 현재의 정국과 같은 특이 상황 때문이라면 다시 좋은 시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나 통계치는 다른 예상을 하게 한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충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을 보면 1970년대 3.6명에서 1980년대에는 1.9명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이후 계속 하락하여 1990년대 1.6명, 2000년대 1.2명, 2010년대 1.2명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서 1.2명의 자녀들 두니 당연히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인구의 감소는 현재의 경제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예상을 하도록 한다. 65세 이상 인구수를 생산가능연령인 15~64세 인구로 나눈 수치인 노년부양인구비를 보면, 1960년대 5.6명 1970년대 5.9명, 1980년대 6.5명으로 젊은 사람 한 명이 노인 5~6명을 부양하면 되었지만, 이것이 1990년대 8.3명, 2000년대 12.3명, 2010년대 16.6명으로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살기가 너무 팍팍해지는 것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이를 대변한다. 1980년대 8.3명, 1990년대 11.2명이었던 자살률이, 2000년대에는 그 전 10년보다 두 배 증가한 22.1명, 2010년대에는 28.9명이라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위로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고 아래 계층의 어려움도 체감할 능력이 있는 중산층이 두꺼워야 한다. 이들의 건전한 사고가 정치 과정에 표현되고 이것이 정책으로 선순환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경제적 어려움, 더구나 예전에 비해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중산층이었던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빈곤과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노인인구의 증가로 이러한 문제가 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모두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리당략에 빠져 이러한 문제에 눈감고 있는 정치권을 향한 촛불집회도 대대적으로 열리면 좋겠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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