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내년 2%대 경제성장을 전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민간연구기관과 한국은행은 2%대 성장 전망을 발표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2%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게 되면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1999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발표할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경제전망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조정과 관련해 하방(떨어지는) 리스크 요인이 많지만 상방(올라가는) 요인도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앞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을 3%에서 낮출 가능성을 묻자 "하방 요인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것을 고려해서 경제정책방향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로 3%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부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개시 여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고조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산업·기업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내수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연구기관은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2%대 초반까지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7%를 제시했다. 지난 7월 2.3%를 내놨던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2%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지난 9월 말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2.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다 중앙은행인 한은마저 지난달 13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0.1%포인트 내린 2.8%로 수정전망했다. 내달 7일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당초 2.7%로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성장률 조정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는 경제성장률은 목표치 성격이 있는 데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고민이 남다르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대로 제시한다면 이는 IMF 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 된다. 정부는 1998년 말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2%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에는 2009년 성장률 전망치로 당초 3% 내외를 제시했다가 이듬해 2월 윤증현 기재부 장관 취임 직후 3%에서 -2%로 전격 수정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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