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업(業) 본질 바꾸는 '혁신적 IT' 역량은 오히려 뒤처져…韓 '디지털 혁명 실험장'으로"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능의 척도(尺度)는 곧 '변화 능력'을 의미합니다. 변화하지 못하면 현재의 1등도 미래엔 바보가 되고 말 것입니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제7회 아시아경제 금융IT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 미래 금융을 묻다'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래사회의 은행은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ㆍ보이지 않는 은행)'가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눈에 보이는 물리적 은행은 사라지는 대신 은행의 기능과 서비스만 남는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바이오 공학과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은 이미 전 세계적 화두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핵심 논의 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박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지적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사회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금융 분야에서는 곧 핀테크(Fin-Tech)가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혁신의 동력은 무엇일까. 박 원장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껏 이루어놓은 성과에 만족할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박 원장은 덧붙였다.
금융권에서 핀테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2014년부터 앞다퉈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놨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간편 송금 등 관련 서비스를 접목시키고 있다. 그러나 박 원장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어 혁신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IT는 '지원'과 '혁신'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기존 서비스의 전산화나 홈페이지 구축 등 지원적 IT는 잘 해왔지만,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등 아예 업의 본질을 바꾸는 '혁신적 IT' 측면에서는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출시한) 모바일 뱅킹 앱도 기존 은행 업무를 전산화한 것에 불과하다"며 "금융권이 혁신적 변화에는 여전히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은행이 변화해야 할 방향으로 '플랫폼화(化)'를 제시했다. 그는 "고객과의 접점이 넓은 기존의 대형 은행은 플랫폼이 되고,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애플(apple)사가 채택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ios'의 사례를 비춰 "아이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키포인트는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수많은 고객이 요구하는 앱을 모두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결론 끝에, 플랫폼을 마련해 일반 개발자들이 앱을 만들어 제공하도록 하면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독일의 인터넷전문은행 '피도르(Fidor)'는 이미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플랫폼 '피도르오에스(FidorOS)'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금융데이터 분석, 예측모델, 결제솔루션 등 40여개의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여 미래형 금융서비스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박 원장은 이 같은 방향이 "기존 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이 협력하고 나아가 공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대형은행은 스타트업이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다른 곳보다 최소 2년 앞선 기술을 먼저 시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대한민국을 디지털 혁명의 실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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