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오는 17일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에 TPP의 명운이 달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월리 아데예모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국가안전보장 부보좌관은 "이제 TPP 비준 문제는 트럼프 당선자와 협의하는 것이 맞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TPP 비준이 불가능함을 밝혔다.
TPP는 모든 국가가 비준하거나 혹은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85%를 초과하는 6개국 이상의 비준이 있어야만 발효된다. 전체 참가국 GDP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의 비준 없이는 발효가 불가능한 구조다.
트럼프가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TPP에는 미래가 없다. 이에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 TPP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는 한편 미국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설득보다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트럼프가 뜻을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번 회담에서 아베 총리 특유의 외교 수완이 발휘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페 필리핀 대통령 등 '국제 사회의 문제아' 취급을 당하는 정상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도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 트럼프가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TPP를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통상전략에도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하다.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협정을 발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미국을 제외한 새로운 환태평양 경제협력 협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TPP에 포함시킬 것을 제의했다.
오는 19일 페루에서 열릴 TPP 참가 12개국 정상회의는 TPP의 새 틀을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회의를 계기로 세계 무역 체제에서 미국을 분리해내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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