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행사가 올해 또다시 진기록을 썼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은 11일(현지시간) 오전 0시 개시한 광군제에서 단 52초 만에 매출 10억위안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3년 6분, 2014년 2분에 이어 지난해 72초보다도 20초 단축한 기록이다.
거래액이 100억위안을 넘어선 시점은 6분58초로, 지난해(12분28초) 기록을 5분30초 앞당겼다. 1시간이 지난 무렵에는 2013년 광군제 총 매출 362억위안을 가볍게 뛰어넘었으며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2시간30분 만에 500억위안(약 8조5300억원)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 중 모바일 거래액이 83.7%를 차지했다.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2013년 14.8%에 불과했으나 2014년 42.6%에 이어 지난해 68.7%까지 높아졌고 올해는 85%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랑과기(新浪科技)는 "모두 쇼핑에 중독된 것이냐"며 놀라움을 표하면서 실시간으로 진기록을 전했다.
광군제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天猫·Tmall), 타오바오(淘寶)와 경쟁사 징둥(京東)닷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 자정부터 다음 날까지 24시간 동안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초대형 할인 행사다.
톈마오를 통해서만 온오프라인의 100만개 이상 브랜드가 참여해 1000만개 상품을 판매한다. 징둥닷컴에도 10만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광군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 행사보다 후발 주자이지만 매출 규모에서는 이미 두 행사를 배 이상 앞질렀다.
올해 알리바바의 24시간 성적표도 관심사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광군제에서 912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를 처음 기획한 2009년 매출(5200만위안) 대비 약 1700배 증가한 수치다. 올해 매출은 123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솽스이(雙11)'로도 불리는 중국의 광군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한 날은 아니지만 1990년대 난징대학교 학생들이 '1'의 형상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독신자의 날로 부르면서 점차 널리 퍼졌다. 이날이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알리바바가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11월11일을 '구매를 즐기는 날'로 기획하고 할인 판매를 시작한 것이 연례 행사로 굳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뺏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은 광군제 행사장에서 알리바바 경영진에게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공약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고 미국의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갈라쇼 참석을 취소한 것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그녀가 낙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록밴드 원 리퍼블릭과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등은 행사에 참여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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