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이제 미국의 선장은 도널드 트럼프다. 끝없는 구설수와 기행 논란 속에서도 미국 유권자들은 차기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정치와 인연도 별로 없었던 '아웃사이더(국외자)'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다.
미국의 민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미국을 확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CNN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83%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에 대해 '변화(change)'라고 답했다. 이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트럼프가 과연 미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 국제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간주해 온 '오바마케어(국민건강보험)'는 폐지 또는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높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민심도 악화돼 있는 데다가 공화당도 그동안 오바마케어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선 초반 트럼프 돌풍을 일으킨 기폭제였던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도 어떤 형태로든 추진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법 이민자와 마약 등의 미국 내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집권 시 대대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 밖에 테러와 관련된 지역이나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난민이나 무슬림 이민 수용 거부 공약도 추진을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은 대변환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는 근거가 없는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오바마 정부가 기후 변화 방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화석연료 사용 및 개발 제한 방침은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 부양을 위한 대대적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도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로 미국 경제를 부흥시킬 것임을 장시간 강조했다.
무역 및 국제 관계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는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에게 잘못 체결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무역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사문화될 위기에 처했다.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선 대폭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동맹관계 재정립이 모색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주요 동맹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국제사회는 안보 비용 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협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친근감을 보였던 만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호 무역과 불공정 환율 정책 등을 놓고 날 선 비판을 해 온 중국에 대해선 관계 재설정과 힘겨루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당초 강경했던 공약과 달리 집권 이후 국내외 반발과 변수에 직면할 경우 사업가 출신답게 융통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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