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대선 결과가 시장의 예측과 다를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등 국내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비상 대응 계획을 철저히 이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진 원장은 9일 오전 금감원 내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내외 증시 동향과 외국인 투자동향에 대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주식시장 불안 정도에 따라 비상대응 계획상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은 양호하다고 보고 있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악화될 경우 비상자금 조달 계획을 가동토록 했다.
진 원장은 또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같은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와 맞물려 시장불안이 증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요인별로 세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단기간 내에 한 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이고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월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의 세부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하고 금융사들이 대출 증가 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상시감시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주부터 금감원이 실시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적정성 현장조사를 통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라고 했으며,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당부했다.
금리 리스크 관리도 주문했다. 진 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일부 국가의 물가 상승 압력, 유럽연합(EU)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장기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장기금리 상승 시나리오별 금리 리스크 규모와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금리 리스크가 과도한 금융사는 듀레이션(가중 평균만기) 조정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시장 불안 상황에서 금융사고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상시감시와 현장검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금융사의 내부 통제체계상의 사소한 문제점이라도 즉시 개선토록 했다. 진행 중인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차질없이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지금과 같이 사회·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때에는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시장의 신뢰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성(城)을 지키는 파수꾼의 자세로 위기상황에 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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