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12월 금리인상·최순실 게이트 등 국내외 정치·경제 불안 속 주식거래계좌 한달새 9만개 늘어
-"바겐세일 시즌 오면 담자"…'저가매수' 노리는 투자자 유입 분석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실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최근 국내외 정치, 경제 불확실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미국 대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5일 2301만296개에서 늘어나기 시작해 이달 7일 기준 2310만507개를 기록했다. 한달새 9만여개가 증가한 것으로 하루에 3700개꼴로 신규 계좌가 개설된 셈이다.
연초후 매달 꾸준히 늘어났던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지난달 1~4일 17만5000여개가 급감하면서 10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월 감소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달 5일부터 주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기준금리가 1.25%로 내려오면서 예ㆍ적금보다 기대 수익이 큰 주식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추세 속에 최근 국내외 정치, 경제 변수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저가매수'를 노리는 수요가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다음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증시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이 확산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0월초 2050선이었던 코스피는 이달 2일 1970선까지 밀렸다가 전날 2000선을 겨우 회복했다.
여기에 클린턴 미국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지난 8년간 유지됐던 민주당의 정책 기조가 큰 틀에서 바뀌며 증시가 단기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클린턴 당선시 1940선을 지지선으로 지키고, 트럼프 당선시 1900선을 일시적으로 이탈할 것으로 봤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지수(VIX)가 높아졌다"며 "미국 대통령 집권 4년을 놓고 보면 주식시장에 큰 차이는 없지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대통령이 바뀐 4번 모두 집권 첫해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수 증가와 맞물려 증시 대기성 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9월 13조4563억원 감소했다가 10월 한달동안 5조1183억원이 늘어났고, 이달 들어서는 9조5463억원이 증가해 7일 기준 122조6437억원을 기록중이다. 투자자 예탁금도 9월초 22조569억원에서 10월초 21조9340억원으로 줄었다가 이달 7일 22조509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시 낙폭이 확대되면 매수에 나설 수 있도록 투자자들이 '총알'을 장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에 증시가 밀려도 단기 영향을 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큰 만큼 낙폭이 커질 때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채원 한투밸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ㆍ부사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때도 그랬듯 정국 혼란에 따른 증시 하락은 얼마 안가 금세 회복된다"며 "국내 정치 혼란에 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 등 변수가 있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시에는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돼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수 있지만 대선 불확실성 해소와 맞물려 글로벌 펀더멘털 개선이 재차 투자심리 안정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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