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3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3국 간 교묘한 줄타기 외교전략을 드러냈다.
27일 산케이 신문 등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방일 일정에서 앞선 일정으로 방문한 중국에서 친중국 외교 노선을 드러낸 데 대한 일본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노력했다고 평했다.
일본 재계인사들과 가진 자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방문의 목적은 그저 경제 협력에만 한정됐다. 무기 조달 등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일본을 의식한 발언을 이어갔다. 방중 일정에서 그가 "중국은 우리와 친구"라며 친밀함을 나타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논조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힘이 더 커지면 미국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같은 입장에 있으니까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필리핀과 일본의 연대를 호소했다.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도 중국에 대한 그의 발언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중국의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문제에 관한 "잠정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갈지자 행보에 외신들은 그가 미국과 중국, 일본 3국을 둔 복잡한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맹국으로 의존해온 미국과 거리를 두는 '독자 외교'의 실현에 중국의 지원을 얻는 한편 중국 견제에 일본을 이용하는 외교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해석이다.
싱가포르 소재 동남아연구소(ISEAS)의 말콤 쿡 박사는 "아키노 정권에서의 중국과 필리핀 간 균열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일 일정 중 중국에 선을 그었던 모습과는 달리 필리핀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게이오대학의 유코 카즈야 필리핀정치전문가는 "중국은 일본보다 필리핀에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일본이 필리핀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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