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 한마디] 인터넷의 새로운 유행어 "이게 나라냐"

시계아이콘01분 51초 소요

 "이게 나라냐?"
 요즘 SNS나 인터넷 댓글들에서는 이 말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저녁 술자리 잡담 속에서도 이 말을 내뱉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여기에는 늘상 들어 왔던 실망감의 표출이나 비판의 목소리를 넘어선 것, 그러니까 이제 이 나라에 대해 모든 기대를 버리려 한다는, 혹은 이미 버렸다는 체념에다 비판이라기보다는 극심한 조롱과 비아냥이 깔려 있다.


 '이게 나라냐'는 개탄이 마치 노래의 후렴구와도 같이 돼 버린 지금의 상황, 그 직접적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최순실'이라는 여인과 미르ㆍK스포츠 재단 스캔들에 있을 것이다. 벗겨도 벗겨도, 캐도 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의혹들에 질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국민들의 마음이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냐'는 거친 한마디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둘러싼 불가해한 일들에 이어 '최순실씨 지시에 청와대 수석실이 협력했다' '최순실 한마디에 청와대가 민간항공사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폭로, 급기야는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도 고치고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호통도 쳤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부인했지만 믿기 어려운 일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을 연이어 봐 온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부처의 국과장을 지목해 "이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해 좌천시키고, 1년 뒤에는 "이 사람 아직도 있냐"고 해 사실상 강제퇴직시켰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개탄은 그러나 단지 '최순실 스캔들'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 비판하는 성명 냈다고, 야당 정치인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넣어 두고 불이익을 준다니, 이게 말이 되는 나라냐?" "경찰의 살수 대포에 맞아 죽은 사람의 시신을 기어코 부검을 해야겠다고 하다니, 나라 수준을 시골 구멍가게 수준을 넘어 막장 수준으로 몰고 가려는 거냐."
 최근에 일어난 일만 꼽더라도 우병우 수석 사태에서부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강행 시도 등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도대체 정부가, 나라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는 탄식을 토해내게 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그러니까 지금의 사태의 큰 원인이면서 동시에 숱한 요인들이 쌓이고 겹친 가운데 그 '발화점'으로 작용했을 뿐인 것이다.

 지난 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인 25%를 기록한 것은 그 같은, 즉 기대는 밑바닥으로 내려가고 실망은 최고치로 올라가는 국민들의 심경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최저치를 경신하는 지지율이 더 떨어질지 반등할지 여부는 일단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한 여인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크게 달려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론만큼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뒤늦게 최순실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누구라도 불법을 저질렀다면 엄정 처벌받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20일 수석비서관 회의)"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지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각이 집약돼 있는 듯하다.


 갤럽 조사에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되는 오늘(24일),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그간 입버릇처럼 말해온 '안보와 경제 위기' 국면에서 '국론 결집'과 '국민 단합'을 또 강조했다. 정부의 2017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여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국론결집과 국민단합,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까. "이게 나라냐"는 말에 담긴 지독한 냉소를 직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듯싶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