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 폭력사건' 무마 뇌물로 '말(馬)' 받아…말목장 관리인 박용은 처벌, 황희는 세종이 덮어줘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논란으로 사회전체가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특히 정씨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알려진 승마 특기로 입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시비가 시작됐죠.
또한 정씨가 고가의 승마용 말을 구입하고 승마훈련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연루되어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승마용 말의 가격이 비싸고 유지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이죠.
사실 말은 예부터 수많은 뇌물스캔들과 얽힌 동물이었습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고가였기 때문에 공공연히 고위관료나 임금의 측근에게 말을 주고 특혜를 받아왔기 때문인데요.
조선시대 세종대왕 재임시절, 말로 인한 대규모 뇌물스캔들이 터진 적이 있어요. 바로 '박용(朴龍) 뇌물사건'입니다. 조선왕조 500년 최고의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정승이 이 스캔들에 걸려들어가면서 유명해진 사건이죠.
박용은 파주 동파역의 역리로 나라에서 운영하는 말목장의 관리인이었어요. 그는 자기보다 훨씬 높은 고위직 중앙 관료인 조연이란 사람을 폭행한 죄로 파주 관아로 끌려오게 됐죠. 이에 박용은 황희정승에게 좋은 말 한필을 바치고 송사를 잘 마무리해달라고 청탁을 넣었습니다.
말을 받은 황희정승이 뒷배를 봐줘서 박용은 무사히 풀려났지만 이후 사헌부 감찰에 걸려 황희정승이 탄핵을 받게 되면서 관련 인물만 수백명이 조사를 받는 대형 스캔들로 확대됩니다. 박용이 말목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권력 실세들에게 로비했던 사실이 포착된 것이죠.
결국 세종대왕이 나서서 박용을 죄주고 황희정승의 뇌물수수건은 덮어버리면서 겨우 넘어가게됐죠. 하지만 황희정승은 30년 청백리 공직생활에 큰 오점을 남기고 이후 세간의 비난을 받게 됐어요.
청백리 정승에게까지도 이런 뇌물문제가 터진 것은 권력자의 총애를 받는 측근들의 권한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에요.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 이런 시대를 역행하는 스캔들이 또다시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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