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하 꽃바구니 선물
3만원 이하 술자리 노하우
더치페이 확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학교 교사인 신영희(가명·여·34)씨는 최근 둘째를 낳고 꽃바구니 2개를 받았다. 첫째를 낳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교장선생님과 남편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이 보낸 것이다. 하지만 꽃바구니의 크기는 사뭇 달랐다. 신씨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때문에 꽃바구니 선물도 5만원 이하로 맞추려고 크기가 훨씬 작아진 것 같다"면서 "지난달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 체감하지 못했는데 실제 법안의 위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이 오는 28일 시행 한 달을 맞는다.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 400만명은 청탁금지법 전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식사접대와 인사치레 선물 등 그동안 관행들이 제한되면서 약속 자체가 크게 줄었다. 아직까지는 위법에 대한 구체적인 판례가 없는데다 법안 해석도 오락가락 한 탓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 직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권익위에 질의하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는 답변이 왔는데 시행 이후에는 아예 답변이 오지 않고있다"면서 "직원들에게 아리송한 경우는 아예 '하지말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은 있다. 이른바 '3510 법칙'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상한액이다. 2만9000원 짜리 주류 무제한 메뉴 등이 속속 출시되고, 3만원 한도내에서 음주까지 해결하기 위한 각종 '비법'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술문화는 '물뽕주'. 김영란법 대상자가 포함된 술자리에서 3만원 이하로 술을 마시면서 일찍 취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물뽕주는 소주에 물을 부어 마시는 방식이다. 과거 물에 마약 등을 섞은 만든 '물뽕'과 같은 위력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첫 맛은 물맛이지만 끝으로 갈수록 소주맛이 강해지며 한번에 마시는 소주량이 상당해 취기가 빨리 올라온다.
선결제도 확산되고 있다. 1인당 3만원씩, 사람수대로 미리 결제한 뒤 술을 마시는 방식이다. 대기업 홍보담당자 정모씨(여·29)는 "술을 마시다 보면 취하게 돼 상한액을 넘을수 있다"면서 "일일이 얼마나 먹었는지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결제하고 해당 금액 이후에는 술을 주지 말라고 부탁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더치페이도 확산되고 있다. 공직자 등이 포함된 식사자리에서 각자 결제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다. 입법 공무원 이모씨(35)는 "언론사 기자 몇 명과 국회 대관 담당 등 5명이 함께 맥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했는데 1인당 2만8000원씩 각자 결제했다"면서 "5명이 따로 결제하겠다고 하자 식당 주인이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영란법 대상자'라고 하니 흔쾌히 계산해주셨다"고 전했다.
한 외국계 제약사는 법인카드 사용을 아예 금지시켰다. 이 기업의 대관담당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업무 때문에 국회 2회, 공무원 2회 약속이 있었지만 모두 차만 마셨다"면서 "상대방도 식사 약속을 꺼리긴 했지만, 업무상 미팅인데 개인돈을 지출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식사 약속도 잡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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