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놓고 이른바 '제3지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점차 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책임총리 孫, 분권형 대통령 安?= 23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제3지대론의 '핵'으로 등장한 손 전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도 여기에 꽂혔다. 정 전 총리, 정 전 의장과 손을 잡을 경우 분권형 대통령과 책임총리로 새판을 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공화국은 생명을 다했다"면서 '7공화국'을 언급해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대선판에서 '킹'이나 '킹메이커'가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향후 총리나 집권당 대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감행한 만큼 이미 청사진과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손 전 대표의 시선은 내년 대선 출마에 꽂힌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와는 지난 8월 만나 정권교체에 힘을 합치자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정계개편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손 전 대표가 최근 발간한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에는 이와 관련된 대목이 나온다.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는 구절이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걸 바로 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겁니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란 대목도 등장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고리=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를 하고 이번에 양보한 사람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권력 분점을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기투합에 정 전 총리와 정 전 의장이 가세할 경우 판은 더욱 복잡해진다. 중도 성향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을 만든 정 전 의장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구상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임기 5년이 아니라 21대 국회가 들어서는 시기까지 2년여 만 집권하고 대선·총선을 함께 실시하자는 구상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가 명확히 권력 분점에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손 전 대표가 권력 쟁취보다 정권 교체와 권력 분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안철수 대통령, 손학규 책임총리란 '의외의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손 전 대표로선 '마지막 승부수'인 만큼 이들의 '의기투합'이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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