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전기료 인하 영향 등으로 상반기보다 물가가 떨어졌지만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물가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총재는 13일 오후 열린 물가안정 목표제 운영상황 관련 설명회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돈 원인과 향후 전망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를 기록, 목표치에 비해 크게 미달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0.9%)보다도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 총재가 물가설명회에 나선 것은 지난 7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한은은 작년 말 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로 정하고 6개월 연속 목표치보다 ±0.5%포인트 이상 이탈하면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이후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3개월만에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이 총재는 "올 여름 전기료 누진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며 "농산물가격은 폭염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확대돼 전기료 인하의 물가하락 효과를 일정부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올 3분기 중 국제유가는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3%(두바이유 기준)정도 낮은 수준으로 올 상반기(35% 하락)에 비해 하락폭이 축소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7~9월 한시적으로 전기료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전기·수도의 물가상승률은 3분기 중 -5.8%로 상반기(-0.5%)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됐다. 폭염으로 급등했던 농축수산물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3.3%에서 3분기 3.8%로 0.5%포인트 올랐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목표수준인 2%에 근접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7월에도 이 총재는 동일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일시적 요인이 소멸되면 내년 상반기 중 목표수준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렸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저물가 기조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공급측면에서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 공급과잉 해소 노력, 원유시장의 수급여건 개선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국제 원자재 가격도 세계 수요 회복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통화정책의 효과가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물가의 단기적 움직임에 경직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기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금융불균형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감안해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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