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도청 폭로사건' 이후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 기술
정보 접근하는 순간 내용 바뀌는 기술
2020년 출시 목표, 네트워크 시연 성공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SK텔레콤이 도ㆍ감청이 불가능한 양자(量子)통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80km 내에서 양자통신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를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오는 2020년에는 양자통신 상용화를 기대하고,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양자통신은 빛의 최소단위인 광자(光子)에 암호를 실어 보내는 방식으로, 여러 상태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면서(중첩) 한 번 바뀌면 되돌릴 수 없는 특징(비가역성)을 지닌다.
이 같은 특징을 활용한 '양자 키분배 기술'로 암호화 된 데이터를 전송하면 도ㆍ감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누군가가 전송된 정보에 접근하는 순간 양자 상태가 깨져 원래의 내용이 바뀌어버린다. 한 번 바뀐 내용은 다시는 돌릴 수 없다.
역으로 정보 송ㆍ수신자는 곧바로 외부 침입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풍선에 바늘을 갖다 대면 터지고, 터지면 다시는 원상태로 복구할 수 없는 이치와 유사하다.
양자통신은 '스노든 사건'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 전직 CIA 요원 에드 워드 조지프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정보 등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도ㆍ감청 목록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개인 휴대폰도 포함 돼 전 세계가 놀랐다.
도ㆍ감청에 예민한 중국은 지난 2003년부터 양자통신에 매년 수 천억원의 지원을 통해,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중국은 양자통신을 상하이 푸둥 금융가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양자산업에 연간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상용 단계의 양자통신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2011년부터 양자통신을 연구해 온 SK텔레콤은 금융,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서 송ㆍ수신하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양자통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양자통신의 중요성을 인지, 현재 관련 기술 지원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선진국에 비해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자통신에 연간 150억원의 지원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 세계 17위 수준이다.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382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곽승환 SK텔레콤 종합기술원 퀀텀테크랩장은 "향후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이 등장할수록 양자통신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선진국과 이미 기술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