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먹고사는 문제는 해당 당국이 책임져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탈북민 지원 체계 점검' 지시와는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당국과 주민의 분리대응에 이어 북한주민도 탈북민과 현지민으로 구분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북한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당국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면서 "북한당국이 나몰라라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인도적 차원이라도 지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은 박 대통령이 국군의날 북한주민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밝힌데 이어 11일 국무회의에서 탈북민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모았다.
또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이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10월 말부터 홍수 피해 지역의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길고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대북지원 불허라는 강경기조를 재확인한 것은 지난달 5차 핵실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수피해는 8월이고, 핵실험은 9월에 이뤄졌다"면서 "결국 북한당국이 홍수피해 발생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핵실험은 강행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민피해에도 당국이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이 청와대를 더욱 강경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올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진행했을 때는 정부 차원은 아니더라도 민간단체를 통해 약간씩 지원이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5차 핵실험 이후에는 아예 (지원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정부와 민간의 대북지원 규모는 1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북지원규모(254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현재 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말까지 늘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없다'는 청와대 기조는 당분간 강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청와대 측은 "'왜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냐'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현재로서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유관기관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모금 규모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지원 중단이 결과적으로 탈북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에게 북한을 탈출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탈북민 대책을 주문하면서 "폭정에 신음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