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다음 주부터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 '수주 절벽'으로 도크(선박 건조 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등 회사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들의 잇속만 채우기 위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0일부터 각 작업부문별 순환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설장비, 엔진, 플랜트, 해양플랜트, 설계 등 각 부문별로 오후 4시간씩 파업 투쟁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40여차례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부터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분사에 반대하면서 연일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8일까지 5차례에 걸쳐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대자동차 노조와 23년 만에 연대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회사가 벌이는 구조조정 작업이 노조와 사전 협의나 합의 등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아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지원,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나홀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것도 모자라 2004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이후 12년 만에 재가입을 추진 중이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자체 소식지 '민주항해'를 통해 "금속 산별노조로 조직전환을 검토하겠다"면서 "금속노조 가입방향을 실무적인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는 과정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산별노조로 규모를 키워 회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은 심각할 정도로 급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단 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9척을 수주했다. 1~7월 누적 수주금액은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줄었다. 일감이 줄면서 급기야 지난 7월엔 울산 조선소에 있는 도크 중 1곳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도크는 공장에서 제작한 선박 블록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선박 건조 핵심 시설이다. 현대중공업은 도크의 가동을 중단한 후 선박을 보수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는 11월부터는 도크에 바닷물을 채워 안벽(파이프·전선 설치 등 의장작업을 하는 시설)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동을 멈추는 도크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