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 추락은 제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산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하락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재도약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4년 한전부지 고가 매입 논란과 2015년 엔저 영향으로 시총이 하락했지만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노조 파업 앞에서는 힘을 잃고 말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노조 리스크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서만 24차례 파업과 12년만에 전면파업이라는 반갑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이로 인해 13만1851대의 생산 차질과 2조9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수출 차질은 7만9000대, 11억4000만 달러에 달해 2009년 8월 이후 최대의 수출 감소율(-24%)을 기록했다. 지난달 현대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했다. 해외 판매도 국내 공장 수출분이 20.9% 줄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지금까지 1994년과 2009~2011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파업을 했다. 지난해에도 파업이 이어지며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해를 넘기기 직전에서야 임금ㆍ단체협상이 겨우 타결됐다.
올해 현대차 임금 협상에서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7만원 인상 등을 포함한 안으로 타결될 경우 연간 임금은 9461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일본, 독일 등 경쟁 선진국의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으로 도요타 연간 임금은 7961만원, 폭스바겐은 7841만원이다. 2000년 7.2%였던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직접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14.3%까지 올랐다. 이는 폭스바겐(9.7%)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도요타(6.1%), 닛산(5.8%) 등 일본업체의 2배 이상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임금 인상률 역시 5.1%에 달한다. 이는 폭스바겐(3.3%), 도요타(2.5%), GM(0.6%)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인건비는 치솟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총 시간은 도요타 24.1시간, 폭스바겐 23.4시간 등이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는 26.4시간에 달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통상 40~50대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73대,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의 66대에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 기여도가 높은 국내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마다 현대차의 손익 악화로 이어졌다"면서 "현재 상황으로는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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