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군인 무료입장 폐지 논란 부른 모호한 김영란법…"의무복무 군인 혜택 줄일 생각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좋은 취지로 시행한 제도인데 괜한 피해자를 만들 수는 없지 않겠나."
29일 에버랜드 측은 휴가 군인 무료입장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관계를 둘러싼 내용이 잘못 전달되면서 엉뚱하게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버랜드 측은 의무복무 군인들에게 제공하던 무료입장 혜택을 줄일 생각이 없다.
다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모호한 개념 규정 때문에 무료 입장 혜택을 줘도 되는 대상에 대한 허용 범위를 분명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에버랜드가 김영란법을 계기로 휴가 군인 무료입장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번졌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에게 지나친 처사라는 반응과 복무 중인 군인도 이른바 '공직자 등'에 포함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에버랜드 하루 이용 요금은 대인(5만2000원), 청소년(4만4000원), 소인/경로(4만1000원) 등으로 차등화 돼 있다. 장애인 국가유공자 휴가 군인 등에 대해서는 '할인/무료입장'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장애인은 1일 입장권을 기준으로 25% 정도 할인 혜택을 주고, 국가유공자와 휴가 군인은 관련 증명이 이뤄지면 무료입장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휴가군인/의경/사회복무요원 에버랜드 무료 이용 중단'이라는 공지를 통해 '28일부터 신규 시행되는 청탁금지법에 따라 에버랜드 무료 이용 혜택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양해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전했다.
에버랜드가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김영란법 조항의 모호성 때문이다. 법조항과 시행령, 국민권익위원회의 Q/A 자료만으로는 기존 제도를 계속 시행해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김영란법 제2조 2호는 법적용 대상이 되는 '공직자 등'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다.
'공직자 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를 말한다.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누가 보더라도 신분이 공무원이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은 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다른 법률에 따라 복무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의 경우 '군인=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란법은 본인이 적용 대상인지 아는 것과 무관하게 법을 위반하면 관련 절차에 따라 과태료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공식적으로 문의한 상태다. 에버랜드는 권익위 결과에 따라 제도 시행 문제를 조정한다는 기본 방침이지만, 의무 복무 군인에 대해서는 권익위 회신 이전에도 현행대로 무료 이용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에버랜드는 "의무 복무 중인 일반 사병 의경 사회복무요원은 국민권익위 회신 이전에도 기존과 동일하게 무료 이용을 제공하겠다"면서 "국민권익위 회신이 오는 대로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재정립해 본 제도를 즉시 재실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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