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최홍만(36)은 격투기 선수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마이티 모(46·미국)와의 로드FC 033 무제한급 토너먼트 결승을 본 사람이라면 대답은 '아니오'다.
상대를 타격해야 이길 수 있는 종합격투기(MMA)에서 최홍만은 공격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키가 작은 상대들이 밀고 들어오면 맞대응하는 식이었다. 반사적으로 휘두르는 주먹은 느렸고 정타도 거의 없었다. 모가 태클을 시도해 최홍만과 모의 몸이 선 채로 엉겨붙었을 때 관중 일부는 "니킥"을 외쳤다. 하지만 최홍만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최홍만은 기대 이하의 경기를 거듭하면서 은퇴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최홍만은 경기 전날 계체 행사에서 은퇴 논란을 언급하며 '앞으로 10년은 더 선수 생활을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증명할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 했다. 김대환 로드FC 해설위원(37)은 "과거 K-1에서 본 최홍만의 전성기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통씨름을 하다 지난 2005년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최홍만의 기량이 떨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받은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수술을 한 뒤 근육량이 줄고 운동능력도 떨어졌다. 최홍만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많은 훈련을 했다. 이전보다는 상체에 근육이 많이 붙었다. 그러나 경기 스타일을 바꾸지는 못했다.
김대환 해설위원은 "최홍만이 MMA 선수로서 '감'을 못 잡았다"고 했다. 최홍만이 격투기 선수로 데뷔한 K-1 무대와 지금의 로드FC 무대는 차이가 큰데 아직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식타격기인 K-1과 달리 MMA에서는 상대를 넘어뜨려 파운딩할 수 있다. 김 위원은 "최홍만에게는 '넘어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했다.
K-1의 두꺼운 글러브와 MMA의 얇은 글러브의 차이도 크다. 주먹의 강도가 다를 뿐 아니라 리치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글러브 두께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두꺼운 글러브를 사용할 때는 손을 꽉 쥐지 않고 약간 펴서 길게 리치를 가져갈 수 있다. MMA의 얇은 글러브로는 이러한 타격이 불가능하다. 김대환 해설위원은 "MMA 선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길게 치고 깊게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수비에서도 차이가 커 얇은 글러브는 가드를 올려도 상대 주먹이 파고 들어온다.
김 해설위원은 "감을 익히고 그라운드로 갔다가 일어나서 때려보기도 하고, 넘어뜨려서 때리기도 하고 이러한 다양한 훈련을 많이 하고 실제 경기에서 경험을 쌓아야야 자신감 있는 전진이 나올 수 있을 것"고 했다. 하지만 최홍만의 현재 모습을 보아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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