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대체 위해 나온 아이핀
2000만건 중 1300만건, 1년에 한번도 접속 안해
전체 국민 중 13%만 사용…10년간 예산 88억원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정부가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아이핀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급감하고 있다. 아이핀을 발급받은 사람 중 1년 동안 한 번도 아이핀에 접속하지 않은 비율이 67%에 달할 정도다.
22일 신경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더불어민주당, 서울 영등포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아이핀 발급 건수 2017만건 중 실사용건수는 671만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346만건은 1년 간 한번도 아이핀에 접속하지 않았다.
아이핀은 주민등록번호 대신 인터넷상에서 신분을 확인하는데 쓰이는 제도이다. 옛 정보통신부가 2006년 10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인터넷상 주민번호 수집 행위를 억제하고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이핀은 도입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공공아이핀 해킹에 따라 75만 건의 아이핀이 부정 발급된 사건도 있었다. 아이핀의 불법거래도 적발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부정발급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지난 6월 1년 이상 접속이 없는 휴면 아이핀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가입자 중 2/3가 떨어져 나갔다. 전체 국민 중 13%만이 아이핀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한다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부터 정부가 아이핀에 투입한 예산은 88억원. 올해도 15억원이 투입된다.
신경민 의원은 "88억 원을 투입한 아이핀이 10년 차에 들어섰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 선택도 못 받고, 도입 목적도 상실한 정책이 되었다"며 "원점에서부터 다시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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