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강남구 선릉 지하보도가 생태공간으로 거듭난다.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생겨 지하로 다니는 사람이 줄어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지하보도를 새로 꾸며 인근 직장인들의 쉼터로 쓰는 동시에 소규모 갤러리 전시나 문화행사도 열린다.
중구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 공터에는 작은 영화관이 생긴다. 컨테이너 내부는 5석 내외 미니영화관, 야외에는 따로 상영관을 만들어 지역주민이나 직장인들이 단편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이 같은 사업은 시가 추진하는 '시민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이 프로젝트는 고가하부나 지하보도, 방치된 공개공지처럼 시 곳곳에 활용도가 떨어진 유휴공간을 시민이 직접 참여해 활기를 띠는 곳으로 재창조하는 사업이다. 시는 시범사업으로 선릉 지하보도를 포함해 10개를 최근 선정했고 20일 오후 시민 사업참여단 발대식을 연다고 밝혔다.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의 특징은 시민 주도형이라는 점이다. 관청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지원역할만 맡는다. 시 관계자는 "도시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은 많이 시행됐으나 대부분 관 주도로 이뤄져 지역사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공간발굴과 기획, 조성, 운영까지 전 과정을 온전히 시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부터 사업공모를 진행해 제안서 39건이 접수됐다. 1차 온라인 투표로 20곳으로 추린 후 2차로 시민과 전문가 100명이 현장평가 심사를 거쳐 최종 10곳을 정했다.
은평구 수색역 굴다리 입구는 지역 내 청년예술가를 통해 문화ㆍ예술활동, 작품전시, 마을명소 홍보 등 동네 문화공급소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통화량이 없어 폐쇄가 거론되던 길음시장 앞 지하보도는 마을 영화관ㆍ문화공연 장소로 조성키로 했다. 이밖에 서강나루공원, 청계천 고산자교 하부 공터, 용산구 서계동ㆍ후암시장 일대, 마포구 서강나루공원, 남창동 남산입구 지하보도가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새로 꾸며진다. 도림천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사업과 저소득층 소녀에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은 구체적인 장소를 물색중이다.
시는 오는 12월께 시범사업 10곳에 대한 운영결과를 평가해 우수사례를 정하는 한편 부족한 점은 따로 개선방안을 찾기로 했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수요자인 시민이 직접 공급주체가 되는 새로운 거버넌스 사업모델"이라며 "시민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지역사회 동력에 의존해 운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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