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인기로 갑질하는 애플
이통사, 울며 겨자먹기로 애플 요구 수용
TV광고, 매장 진열대 등 이통사 분담
대부분 선택약정으로 가입, 이통사엔 부담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애플의 갑질이 '아이폰7'에도 이어질까?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의 인기를 무기로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강력한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전량 리콜로 주춤한 상황에서 애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달 말 아이폰7을 국내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애플은 10월 중순부터 지상파, 종편 등을 통해 대대적인 TV광고를 진행할 방침이다.
애플의 TV광고는 기존의 애플팬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아왔다. 신작에서 소개할 주요 기능을 세련된 방식으로 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TV광고비를 이동통신사가 분담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폰 광고 마지막에 이동통신사 로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에게 아이폰 TV 광고비의 상당 부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휴대폰 대리점에 설치되는 아이폰 진열대, 아이폰 브로마이드 등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애플 관계자는 전국 휴대폰 매장을 둘러보면서 자기네들의 지시대로 진열대가 설치돼 있지 않는 매장을 점검하고,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에 문제제기한다. 진열대 설치비도 이동통신사가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통신사는 비인기 모델에 대해 함부로 적은 물량을 신청할 수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인기모델에 비인기모델을 끼워 파는 전략을 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가령 128기가바이트(GB) 모델의 경우에는 찾는 사람이 적어 대리점, 판매점에서는 꺼려하지만 인기 모델을 받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주문해야 한다.
또 휴대폰 판매시 지급되는 공시지원금 역시 애플은 거의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폰을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의 공시지원금은 대부분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함께 지급한다.
이처럼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에게 '갑질'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폰팬들의 충성도가 있었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에게 인기 아이폰 모델을 경쟁사보다 늦게 지급하거나, 물량을 적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KT가 아이폰3GS를 단독으로 도입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아이폰 모시기'에 열중했다. 아이폰4까지 KT가 단독으로 출시한 이후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애플에 대해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벌여 아이폰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가입자가 대부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으로 가입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전처럼 아이폰 팬들을 모집하기 위해 애플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야할 필요가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에 공시지원금을 책정하지 않으면서 아이폰 가입자들은 대부분 선택약정으로 가입한다. 선택약정은 할인 금액이 공시지원금보다 커 이동통신사로서는 오히려 부담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도 애플의 입지를 좁히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이폰이 워낙 인기가 좋아 애플이 이동통신사들에게 갑질을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라며 "하지만 아이폰 가입자들이 대부분 선택약정으로 가입하고 삼성전자의 국내 판매가 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아이폰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