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전월비 76%·전년비 260% 급등
포장김치 구매하는 가정집 늘어…마트서 품귀현상
식당서 사라진 배추김치·겉절이…깍두기 등으로 대체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배추 한포기에 1만원이 넘어요. 겉절이는 당분간 못 담급니다. 대신 나가는 묵은지도 리필을 한 번으로 제한했어요. "
11일 오후 서울 문래동의 A 칼국수전문점 사장은 김치를 더 달라는 손님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치없이 칼국수를 어떻게 먹느냐는 손님에게 "배춧값이 워낙 올라서 어쩔 수 없다"며 "한 그릇에 4500원하는 칼국수 팔아 배추김치 값으로 다 나가게 생길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치는 다 드시면 그때 또 드릴게요. 먹다 남기면 재활용할 수도 없어서…. 지금처럼 배춧값 비쌀 때에는 이해 좀 해주셔요." 지난 10일 경기도 광주의 B 쌈밥집에는 '남기지 말고 먹을 만큼만'이라는 표시가 붙어있었다. 이곳 사장은 "채솟값이 너무 올라 손님들이 먹다 남긴 쌈 채소는 깨끗이 씻어서 다시 상에 올린다"고 털어놓으며 "김치는 씻을 수도 없고, 남기면 꼼짝없이 버려야 해서 소량씩만 주고 있다"며 김치리필을 부탁하는 손님에게 이같이 말했다.
배춧값 폭등이 식탁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가정집 식탁에는 담근 김치 대신 포장김치가, 음식점에서는 밑반찬으로 배추김치·겉절이 대신 깍두기 등으로 대체하는 모습이다. 1포기에 1만원이 넘는 배춧값이 부담스러워 김치 담그는 걸 포기하는 가정집이 늘어나면서 온라인몰을 비롯 대형마트에서도 포장 김치들이 동이 나고 있다.
지난 10일 홈플러스 금천점에서는 김치 판매대에는 1Kg 이상짜리 포장김치 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대신 곳곳에는 매진을 나타내는 파란색 딱지가 붙어있었다. 매진된 브랜드 외 상품들도 남은 제품은 1~2개에 불과했다. 예전 같으면 수고스럽더라도 김치를 직접 담가먹었던 주부들까지 포장김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 허모(58)씨는 "매년 추석 때마다 배추김치, 나박김치, 오이통김치를 새로 담갔지만 요새 배추, 파, 마늘, 고춧가루 등 온갖 재료들이 죄다 올라서 사먹는 거나 해먹는 거나 가격이 비슷하다"며 "품만 드느니 올해는 고생도 덜 겸 사먹을 참"라고 말했다.
12일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기준 배추(1kg)는 2140원에 거래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76%, 일 년 전 보다 260% 오른 가격 수준이다. 같은 날 거래된 소매가의 오름폭은 더 크다. 배추 1포기 소매가는 8128원으로 한 달 새 102.7% 올랐고, 겉절이로 무쳐 먹는 얼갈이배춧값은 같은기간 61.1% 올라 1kg에 3713원이다.
이처럼 배춧값이 급등하자 음식점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용산구에 위치한 한 분식집에서는 항상 밑반찬으로 내놓던 배추김치 그릇에 깍두기를 담아 대신 내왔다. 배춧값이 금값이 되자 배추김치 가격도 올라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게 식당주인의 설명이다. 양천구의 뷔페형 샤브샤브집 사장도 답답한 심정이다. 그는 "최근 배춧값이 크게 올라 야채 추가 시 가격을 올릴까 고민했다"며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끊길 것 같아 배추만 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배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채솟값도 상승했다. aT에 따르면 지난 9일 거래된 상추의 경우 한 달 새 56% 오른 4만1400원에 거래됐다. 시금치 소매가(1kg)도 2만580원으로 같은기간 154% 올랐으며 오이(10kg)는 106.3% 오른 2만9500원을 기록했다.
시금치, 오이 등 채솟값이 크게 오르자 김밥 속재료에서도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다. 김밥 한 줄에 1500원에 판매하는 독산동 한 김밥집에서는 야채김밥에 시금치와 오이를 뺐다. 이곳 직원은 "김밥 한 줄 팔아봐야 고작 몇 백 원 남는데, 시금치 한 단에 6000원 넘어가면서부터 단무지 2개 넣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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