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공시 오류 막기 위해 '외부기관 검증시스템' 도입키로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김민영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6개월만에 논란제조기로 전락했다. 지난 3월 은행과 증권사 등 전 금융사에서 대대적으로 출시된 이후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수익률 공시 오류 사태까지 벌어지며 논란제조기란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기 폭발적으로 늘었던 가입자 수가 불완전판매 논란과 맞물려 시들해진 게 뼈아프다. ISA는 출시 첫날인 지난 3월14일 가입자 32만2990명을 유치했고, 가입금액 1095억원을 모았다. 초반 인기에 힘입어 출시 5주째인 지난 4월15일 가입금액 1조원을 넘어섰다. 가입자도 15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세는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5월 가입자 수는 36만여명으로 전월대비 36.5% 급감했다. 지난 6월에는 5월보다 감소세가 더 커져(-36.8%) 가입자 수가 22만9000여명에 그쳤다. 가입금액도 5월에 5592억원을 기록해 전월대비 15.5% 줄었고, 6월에도 5807억원에 불과했다. 아이러니하게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 기간 불완전판매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ISA 판매실태 조사 결과 발표가 불완전판매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5월 ISA 판매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5월 말 기준 은행권 판매금액 중 투자성향분석을 하지 않고 가입한 금액은 828억원이고 가입자 수는 29만명에 달했다. 투자성향 등급을 초과해 가입한 고객도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시 한 달여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려면 투자성향분석을 소홀히 하거나 상품 추천을 대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세간의 의구심을 일정 부분 사실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깡통계좌'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입계좌 중 80% 이상이 10만원 이하 계좌였다. 지나친 실적경쟁으로 가입자 유치에만 매몰된 금융사들이 깡통계좌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객의 돈을 전부 맡아 관리하는 일임형 ISA 수익률 공시에서 오류가 발견된 건 더 치명적인 논란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ISA 수익률 공시에서 6개 모델포트폴리오(MP)는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높게 공시했고, 1개는 그보다 낮게 공시했다. 6개 증권사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해 ISA 수익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금융당국은 수익률 오류 재발 방지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ISA 수익률 공시 전 금융사 내·외부 전문가가 수익률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8일 ISA 수익률 공시 오류의 재발을 막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투협은 외부 검증기관 5곳과 프리젠테이션을 거친 뒤 수익률 점검 기관을 선정키로 했다. 외부 기관 검증을 거친 ISA 수익률 공시는 외부 업체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빠르면 9월 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황 회장은 "제3의 검증기관의 점검을 거쳐 협회가 공시하게 되므로 같은 실수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방조치를 통해 ISA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앞으로 ISA가 커져나갔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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