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1kg 도매값 1년새 276% 폭등
재배면적 감소와 폭염에 출하량 급감
고랭지 배추는 하루새 1천원 올라, 배추 한잎도 아쉬울 판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거참, 살살 좀 다뤄! 가뜩이나 속도 없는데 툭툭 던지면 다 깨지잖아."
7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시장 대아청과 중도매인조합 배추1매장에는 배추트럭들이 속속 들어왔다. 트럭에서 배추를 내던지는 거친 손에 한 상인이 보다 못해 소리쳤다. 배춧값이 금값이 되면서 행여 배추 한 장이라도 상할 새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 폭염, 가뭄 등으로 배추 산지 출하량이 급감한데다가 추석도 예년보다 이른 까닭에 아직 속이 차지도 않은 배추들까지 거래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상인들은 배추 한 잎도 아쉬워했다.
이날 가락시장으로 들어온 배추트럭은 50여대. 평소 24~27대 정도였지만 최근 배춧값이 크게 오르면서 반입량이 크게 늘었다. 엽채류는 1749.2t으로 일주일 전 반입량(1341.3t)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산지 유통인들이 값이 비싸졌을 때 배추를 내다팔기 위해 출하작업을 앞당겨 진행했기 때문이다. 트럭 한 대당 배추는 최대 3000포기로 평소보대 2배 가까이 되는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
제1매장에서 만난 한 운송업자는 "산지에서 출하 작업을 앞당겨 진행하는 통에 시장 반입량이 크게 늘었다"며 "어제 경매장에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되는 배추트럭이 50대 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하를 서두르면서 속이 채 차지도 않은 배추들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평소에는 사이즈가 큰 52호만 주로 들어왔지만 최근 출하 물량이 감소하면서 50호, 43호 등도 모습을 드러낸 것. 과거 1망에 3000원 하던 52호는 현재 품질별로 1만5000~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최대 8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오는 배추 크기는 평소보다 작고, 속도 꽉 안찼다"며 "겉절이용으로 쓰이는 43호도 많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예전 같았으면 43호는 운송비, 작업비 빼면 남는 게 없어 실어오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물량이 없다보니 4000~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배춧값이 오른 이유는 출하량이 감소가 원인이다. 시장반입량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실제 산지에서 출하되는 물량은 작년보다 30~40% 감소했다. 이는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올 여름 30도를 훌쩍 넘는 기록적인 폭염, 가뭄 등의 여파로 나타난 결과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배추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5%가량 감소했고 7~8월에는 폭염, 가뭄으로 생산량마저 전년비 30~4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거래된 특품 기준 고랭지배추 1망(10kg) 가격은 2만4800원에 낙찰됐다. 이는 하루 전 같은 품질의 배추보다 1000원 더 비싼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7일 기준 배추(1kg) 도매가격은 2220원으로 전월대비 93%, 전년대비 276% 올랐다. 소매값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거래된 배추 1포기 가격은 8186원으로 한 달 만에 109.7%올랐다. 이는 작년보다 186.6% 오른 가격이다.
배춧값이 올랐다고 해서 상인들이 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한 노점 상인은 "배춧값이 올라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떼어오는 비용만 늘었지 소비자들은 3포기 살 것을 2포기만 산다"고 한숨지었다.
당분간 배춧값은 수요 대비 출하량 부족으로 가격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따르면 김치제조업자의 경우 원재료를 100% 산지에서 조달해왔지만 올해는 예년의 70%만 산지에서, 나머지는 도매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품질이 낮은 배추를 중심으로 거래되거나 중국산 김치 수입이 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은 강원본부는 "향후 배추가격은 현 수준에서 다소 하락하겠으나 추석 이후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출하되는 10월까지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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