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이달 초부터 중단됐던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가 26일부터 재개됐지만 사업단의 자금조달 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해 앞으로 같은 사태가 또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조달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공사중단의 핵심원인으로 꼽히는데 시와 사업단은 공사재개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추진중인 다른 경전철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시와 경전철 사업단인 우이신설경전철㈜이 발표한 입장자료를 보면, 사업단은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공사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일 회의에서 사업단이 제안한 자금재조달 방안이 시로부터 거절당하자 이튿날 바로 공사중단을 결정한 후 3주 만에 다시 공사를 진행키로 한 것이다.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은 배경으로는 앞서 착공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착공할 당시 경전철 지하 정거장 실시설계 등이 끝나지 않았고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약정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사업단은 2012년부터 시에 공기연장과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 사업비를 요구했다.
이후 2014년 9월 양측은 공기를 연장하고 건설중에 사업자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데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당시 국민은행 등 대주단은 양측의 이 같은 합의서를 토대로 다시 대출을 내줬다.
이후 양측의 주장은 다소 엇갈린다. 시는 "사업자가 사업재구조화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관리운영권 가치 등 자료가 매우 부실했고 수요 등 미래 불확실한 조건을 임의로 가정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금재조달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사업단 측은 "시가 사업재구조화 등 앞서 합의한 내용을 운영중 수요를 검증한 이후로 미뤘다"며 "대주단은 사업재구조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올해 1월 다시 대출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올 3월 들어서는 사업단 측에서 운영기간을 줄이고 시공손실을 각 건설사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등의 자금재조달 대안을 제시했지만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업단의 자금보충약정(CDS) 760억원이 소진됐을 시 시에서 잔여대출금과 운영비를 책임진다는 내용을 두고 시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다. 은행 등 대주단은 포스코건설 등 사업단의 출자자에 CDS를 추가로 요구했으나 출자자들이 거부했고, 그로 인해 대주단은 운영손실을 우려해 자금인출을 해주지 않았다.
서울시는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인출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령과 협약 등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노력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사업단 하도훈 대표 역시 "대주단 측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석 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미 일정 부분 재정이 투입됐으며 타인자본 조달에 대해 보증을 서달라는 건 리스크가 크고 특혜시비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못박았다.
과태료나 관내 사업참여 제한 등 서울시가 이달 초 공사중단 후 꺼내들었던 강력한 카드는 거둬들일 전망이다. 그간 대립하며 갈등을 빚은 까닭에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90% 가까이 진행된 공사를 장기간 방치하는 일은 없게 됐다. 그러나 향후 수요 등 경전철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동안 추진됐던 다른 사업장에도 이번 공사중단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업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우이신설 외에도 신림선ㆍ동북선 등이 민간사업자 제안에 따라 협의중이다.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9개 노선 가운데 4곳은 최초 제안사업자가 철회했거나 아예 나서지 않은 상태다. 고인석 본부장은 "이번 공사중단 후 재개된 사태가 다른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