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직접 운용상품 선택하는 DC형, 증가액 95% 차지…IBK기업銀 수익률 1.86% '1위'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올 상반기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액이 1조2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퇴직금을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확정기여형(DC)의 증가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금리 기조 속 '퇴직연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 총 적립액은 64조6212억원으로 지난해 말(63조3732억원)보다 1조2480억원 늘었다. 이 중 DC형이 1조1801억원으로 증가분의 약 95%를 차지했다. 개인퇴직연금계좌(IRP)도 2523억원 늘어난 반면 확정급여형(DB)은 1844억원 줄었다.
각 은행 별로 살펴보면 NH농협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3849억원, 3599억원으로 상반기 퇴직연금 순증 규모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우리은행 1824억원, 신한은행 1549억원, KEB하나은행 17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에 비해 적립액이 317억원 줄었다.
DB형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회사가 적립해두었다가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최근 30일의 평균임금 상당금액을 근무연한에 따라 지급한다. 정년보장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근로자라면 DB형이 유리하다.
이에 비해 DC형은 개인이 퇴직금의 운용사나 운용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로, 이직이 잦거나 연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임금상승률이 낮은 편이라면 DC형이 유리하다"며 "최근 저금리 기조 탓에 직접 펀드, 주식 등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에 투자하려는 고객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퇴직연금 수익률 비교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지난 2분기 DC형에서 1.86%의 수익률로 대형은행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어 NH농협 1.82%, 우리은행 1.73%, KEB하나 1.68%, 신한은행 1.66%, KB국민 1.47% 순이다. 김재덕 IBK기업은행 퇴직연금부장은 "은퇴자금 성격 상 원금보장과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률 실현을 위해 채권형펀드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재간접펀드로 구성된 퇴직연금 대표상품 제도 시행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DC형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권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전문센터'를 여는 등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퇴직연금 제도 취지와는 달리 일시 해지해 목돈을 받아가는 사례가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금수급 요건(만 55세 이상)을 갖춘 계좌의 1.7%(금액기준 15.8%)만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편 은행권은 전체 퇴직연금 총적립금(128조1829억원, 6월 말 기준)의 50.4%를 차지해 타 업권을 압도했다. 이어 생명보험(약 25%), 증권(약 18%), 손해보험(약 7%) 등 순으로 나타났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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