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 잇따라 단일성 지도체제 또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는 등 당 대표 권한 강화에 나섰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도한 권한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 당헌당규 제·개정위원회는 전날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중간보고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보고했다. 형식상으로는 집단지도체제지만, 당 대표에게 분리선 출된 당 대표에 준하는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제·개정위의 설명이다.
홍승태 국민의당 당무혁신단장은 "대표 권한은 분리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강화하되, 선거는 통합선거로 한다고 보면 된다"며 "대선도 치루고 당세도 확장하려면 당이 효율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여야 3당 모두 당 대표의 역할과 권한이 크게 확대됐다. 앞서 더민주는 지난해 2·8 전당대회, 새누리당은 이번 8·9 전당대회에 앞서 당 대표를 분리선출하는 단일성 지도체제로 전환 한 바 있다.
이처럼 여야 3당이 앞다퉈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기존 집단성 지도체제가 적잖은 내부갈등을 유발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3당의 새 지도부 모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규칙·운영, 선거운동을 통괄하는 만큼 일사불란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던 새누리당의 경우, 대표·최고위원들이 각자의 지분을 갖고 최고위원회에서 갈등을 빚으며 4·13 총선에서 패배하기도 했다. 더민주도 전신인 민주통합당 시절 이해찬 대표(1위 당선)과 김한길 최고위원(2위 당선)이 갈등을 빚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지도부가 붕괴되기도 했다.
반면 단일성 지도체제는 선거 시기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4·13 총선 당시 '신(新) 차르'라 불리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 하에서 선거를 치른 더민주는 원내 1당으로 부상했고, 대표·최고위원간 갈등을 표출하며 '옥새파동'까지 벌였던 새누리당은 원내 2당으로 참패했다.
다만 이같은 당 대표 권한 강화가 승자독식으로 이어져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8 전대 이후 단일성 지도체제를 구축한 더민주가 갈등 끝에 국민의당으로 분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순수한 집단지도체제는 조정과 융화 기능을 잘 발휘할 때는 굉장히 민주적이지만, 고질적 계파문화 등이 부정적으로 표출돼 왔다"며 "대선은 총선보다 더 큰 전국단위의 선거이고, 정권의 명운을 걸로 맞붙는 선거이니 만큼 일사불란한 조직체계가 필요한 만큼 리더십 강화를 위해 단일성 지도체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