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알리바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시 상승 랠리를 삼성전자 홀로 이끌고 있는 이른바 '나 홀로 질주'가 신흥국에서 동시에 재현되고 있다.
23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신흥국지수는 16%나 상승하며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 상승이 일부 종목에 편중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종목이 시장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로 845개 종목을 담은 '아이셰어(iShares) 신흥국 ETF'의 경우 삼성전자ㆍ텐센트홀딩스ㆍTSMCㆍ알리바바ㆍ차이나모바일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이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이들 종목의 지난 3개월 상승률은 23.34%로 전체 상승률(15.9%)을 6.61%포인트 앞서고 있다.
수익률 차이는 7월 이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1개월 신흥국 증시는 이들 5개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지난 한 달간 신흥국 증시가 4.97% 상승하는 동안 시가 총액 상위 5개 종목은 평균 7.89% 상승했다. 이는 다른 종목들이 지수 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개별종목의 최근 한 달 주가 상승률을 보면 텐센트홀딩스는 101%, 알리바바는 17%, 삼성전자 9.35%를 각각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패시브로의 자금 유입을 꼽았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는 자금 유출입 시 시가총액 비중대로 자금을 배분한다. 종목 편입 기준이 시가총액 비중이어서 패시브펀드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경우 더 많이 사야 하고 반대의 경우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지난 3월 이후 신흥국 ETF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데 5월 이후부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가 벤치마크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ETF로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은 비중이 높아진 초대형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반면 다른 중소 종목들의 ETF 자금 유입은 제한되거나 비중 감소로 인해 자금이 유출된다.
아울러 이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정보기술(IT) 업종으로 차별화된 이익개선이 전망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1개월, 3개월 신흥국 이익전망이 각각 2.85%, 3.98% 상향 조정된 가운데 같은 기간 이익전망 상향률이 벤치마크를 앞선 업종은 소재, 에너지, IT였다. 신흥국지수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은 모두 IT업종이다. 이들 모두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2016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흥국 증시 강세 지속은 패시브 자금 유입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 등의 선진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이동했다.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펀드에 투자된 자금 중 72%가 패시브펀드에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은 2013년 이후 자금 이동이 시작돼 현재 진행형이다. 2016년 7월 말 현재 신흥국 Non-ETF에서는 141억달러가 유출된 반면 ETF로는 146억달러가 유입됐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상승률이 유난히 높다는 것은 다른 종목은 평균만큼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올라가면 자산운용사가 ETF에 해당 종목을 사 담아서 다시 주가가 올라가는 '대형주 선순환'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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